정부, 日 수출규제에 핵심품목 R&D 집중투자로 맞선다

기사등록 2019/08/28 11:45:38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 확정

100개+α 에 대해 긴급진단 후 품목별 R&D 전략 마련

핵심품목 중심으로 2020~2022년 5조 이상 예산 투자

비용효과 분석 대체, 패스트트랙 등 R&D 체질도 개선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9.08.28.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핵심 원천기술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하고, 현장 수요에 신속하게 응답할 수 있도록 R&D 추진 체계를 개선하는 등 정면 돌파에 나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28일 국무총리 주재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 확대 관계장관회의 겸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핵심기술 자립 역량 확보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을 확정했다.

혁신대책은 지난 5일 정부가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과 연계해 연구개발(R&D)을 통해 핵심품목의 대외의존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핵심 원천기술의 선점을 도모하기 위해 수립됐다.

우선 정부가 일본의 수출 제한이 우려되는 소재·부품·장비 핵심 품목을 선정해 2020년부터 3년간 5조원 이상의 예산을 집중 투자키로 했다. 시급하게 대응이 필요한 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경제성 평가를 비용효과 분석으로 대체하고, 패스트트팩을 적용하는 등 연구·개발(R&D) 체질 개선에도 나선다.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새로운 수출 무역관리령이 시행되면서 백색국가에서 제외된다. 추가 품목이 지정되지 않았으나 대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제조업은 세계적 규모를 자랑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으나 최근 글로벌 공급 사슬이라는 경제 시스템에서 핵심 소재·부품·장비 자립화 필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어 "근본적인 해법은 연구 개발을 통한 핵심기술 확보다. 유사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소재·부품·장비 개발을 착실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쟁력 강화 대책이 기업 생태계와 금융, 세제 등을 포함해 산업 전반의 포괄적인 대책이라면 이번 대책은 R&D 핵심 품목별 맞춤형 세부대책"이라고 설명했다.


◇핵심품목 100+α 긴급진단 후 품목별 R&D 대응전략 만든다 

우선 정부는 일본의 수출 제한이 우려되는 핵심 품목을 심층 분석하고, 관계부처 협의와 전문가 검토를 거쳐 품목별 연구개발 대응 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일본이 수출제한 조치를 취한 7월 초부터 관계부처 합동으로 100+α개의 핵심품목에 대한 진단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중 핵심품목 진단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핵심품목별 대응전략은 국내 기술수준과 수입다변화 가능성을 기준으로 4가지 유형으로 나눠 수립할 계획이다.

우선 국내 기술수준이 높고 수입다변화 가능성도 높은 핵심품목은 글로벌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반면 기술 수준은 낮지만 수입다변화 가능성이 높은 품목은 단기적으로는 대체품의 조기 공정 투입을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국내 기술수준과 수입다변화 가능성이 모두 낮은 품목은 기존 공급망을 뛰어넘을 수 있는 핵심원천기술을 확보해 새로운 공급망을 창출해 산업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을 도울 방침이다. 국내 기술수준은 높지만 수입다변화 가능성이 낮은 핵심품목에 대해선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이 협업하는 상용화 연구개발을 중점 지원할 방침이다.
 
대통령 직속기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소속으로 핵심품목 관리를 총괄적으로 담당하는 민관 공동의 '소재·부품·장비 기술 특별위원회'도 설치한다. 특별위는 핵심품록 목록화와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정책수립을 지원한다. 또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우대조치를 받을 수 있는 핵심품목 사업에 대한 사전 검토·심의를 한다.

 정부는 핵심품목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확대해 향후 2020년에서 2022년까지 3년 동안 총 5조원 이상을 조기에 집중 투입키로 했다. 핵심품목 관련 사업의 예산은 지출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일몰 관리도 면제한다.

◇신속하고 유연한 R&D 투자 프로세스 혁신

 국가연구개발 제도를 신속히 개선해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 향상도 지원한다.

우선 시급히 대응이 필요한 핵심품목 관련 소재·부품·장비 사업의 예타는 '소재·부품·장비기술특별위원회'의 사전 검토·심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경제성 평가를 비용효과(E/C) 분석으로 대체하고, 사업의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종합평가에는 현장의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신속한 연구개발 추진을 위해 정책지정(Fast track) 과제의 추진 근거를 제도화하고,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수요기업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연구비 매칭 비중을 중소기업 수준으로 낮춰 적용할 계획이다. 핵심품목 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는 기술사업화 실적, 수요기업 구매량 등 실용성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해 산업현장과 간극을 좁히기로 했다.


국가 주도로 산학연 연구개발 역량을 총동원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한다. 중앙정부 차원의 3N(N-LAB, N-Facility, N-TEAM)에 연구개발특구, 산업융합지구, 국가혁신클러스터 등 지역의 인프라와 혁신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핵심품목 기술 개발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필요 시 긴급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연구실(N-LAB)을 지정해 운영한다. 핵심 소재·부품의 상용화 개발을 위해 주요 테스트베드 연구시설을 국가연구시설(N-Facility)로 지정하고, 카이스트 부설 나노종합기술원에는 국가 시설로는 최초로 12인치 웨이퍼 공정시설을 구축한다. 개발 애로해소와 국외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핵심품목별 국가 연구협의체(N-TEAM)을 운영한다.

 연구정보를 통합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국가 연구개발 투자분석시스템인 R&D 파이(PIE)와 특허분석 결과를 활용한 핵심품목 분석 정보를 적기에 연구현장에 제공하여 연구개발 기획의 고도화를 지원하며, 핵심품목에 대한 연구개발의 공백영역을 사전에 탐지하여 대처할 수 있는 체계적 투자시스템을 구축한다.

구축 중인 범부처 '연구지원시스템' 구축 시기를 당초 2021년하반기에서 상반기로 앞당기고, 핵심품목에 대한 연구개발 정보분석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제공한다.

김성수 본부장은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소재·부품·장비의 대외의존도를 극복하고 국가 성장의 기반을 확충해 나가겠다"며 "핵심품목 사업의 구조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사업추진 실적을 철저히 점검해 예산 확대에 따른 비효율적 요소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lgh@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