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미달' 10개 자사고, 일반고로…소송전·혼란 불가피

기사등록 2019/08/02 16:54:49

자사고 10개 따로 가처분·행정소송 제기

'부동의' 전북교육청 권한쟁의 심판 예고

"결정 지켜질 것" 교육부 자신감 내비쳐

【서울=뉴시스】 교육부가 서울·부산 자율형사립고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한 9개교에 대한 지정을 취소하기로 했다.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서울 경문고에 대해서도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교육부가 2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에 최종적으로 전북 상산고를 제외한 10개교에 대해 동의하며 모든 자사고 지정 절차가 일단락 됐지만 아직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각 자사고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시사한 만큼 뒤집힐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결정대로 자사고가 폐지되더라도 살아남은 자사고와 과학고, 영재학교로 학생·학부모의 관심이 옮겨가 고등학교 입시 경쟁 완화 효과는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0개 자사고·전북교육청과 법적공방…법원 판단은?

교육부는 지난주 경기 동산고, 2일 서울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와 부산 해운대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에 동의했다. 해당 자사고들은 즉시 법적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동시에 제기할 계획이다. 만약 법원이 자사고 지정 취소 효력을 인정하면 행정소송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자사고 지위를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자사고를 유지한 상태에서 입학한 학생들은 자사고 교육과정을 따르며 자사고 학생으로 졸업하게 된다.

다만 교육당국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한데다 향후 대거 일반고로 전환될 것이라는 불안 심리 때문에 자사고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선호도가 하락할 수 있다. 2020학년도 신입생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아직 고등학교 입시 시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 안에 법적 공방이 정리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아직 고입이 시작된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는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법원에서) 동의 또는 부동의한 것에 대해 그대로 지켜지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고등학교 입시 시행계획이 확정되는 9월 초까지는 효력정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법원이 기각하면 해당 자사고는 교육부 결정대로 내년도 신입생을 일반고 학생으로 선발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더라도 혼란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판결까지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는 동안 입학한 학생들은 자사고 교육과정에 따라 공부하고 졸업하기 때문이다.

교육청과의 갈등도 남아있다. 교육부가 유일하게 전북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에 부동의 결정을 내리자 전북교육청도 권한쟁의 심판 청구 또는 행정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다툼이 있을 경우 해당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헌법재판소(헌재)에 판결을 청구하는 제도다. 청구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6개월(180일) 이내에 제기할 수 있다. 헌재가 전북교육청의 손을 들어줄 경우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결정이 다시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생존 자사고·과학고·강남8학군에 쏠리는 눈…풍선효과 우려

교육부가 지난 2014~2015년 평가 때와는 달리 10개 자사고를 지정 취소하기는 했지만 다른 자사고들은 5년 더 생명을 연장한 만큼 여전히 자사고는 유효하다.

특히 '원조 자사고'라 불리는 옛 자립형 사립고는 모두 살아남았다. 올해 평가를 받은 ▲강원 민족사관학교 ▲울산 현대청운고 ▲전남 광양제철고 ▲서울 하나고 ▲경북 김천고 ▲경북 포항제철고 ▲전북 상산고 ▲충남 북일고 등 8개교 중 전북 상산고를 제외하면 모두 평가기준을 넘겼다.

상산고는 당초 교육청 평가 기준점수인 80점을 넘지 못해 취소 통보를 받았으나, 교육부가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을 평가한 점이 위법하다고 보고 전북교육청의 결정에 부동의했다.

그러나 올해 탈락한 자사고 10곳은 대부분 이명박 정부가 지정한 광역단위 자사고다. 2일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 해운대고는 옛 자립형사립고였으나 2009년 자사고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진보교육계에서는 살아남은 자사고로 인해 고입 경쟁과 서열화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생존한 자사고에 대한 희귀성이 더 높아진다는 얘기다. 전국교직원연합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진보성향 교육단체들이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 일괄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자사고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들더라도 풍선효과로 인해 '강남8학군'과 과학고, 영재학교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도 이같은 우려를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내년까지 현행대로 남은 16개 자사고에 대한 평가를 마칠 계획이다. 평가를 통한 자사고 존폐 방식을 대체할 만한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 방식을 공론화, 즉 여론조사 방식으로 결정하자고 제안했지만 교육부 장·차관은 확정적인 답변을 피하고 있다.

dyhlee@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