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전략게임' 양상…상대 반응 따라 수위 조절 '장기전'

기사등록 2019/07/25 16:04:29

한일, 최소 3개월간 상대 행동 탐색하며 대응 내놓을 듯

광복절, 日개각, 일왕 즉위식 기점…한일 갈등 진로 결정

日 첫 조치는 화이트리스트 배제…당장 시행 가능성 낮아

日, 수출규제 시기·강도 조절하며 한국 압박해올 가능성

정부, 외교 노력·국제 여론전 투트랙…기업 지원책도 마련

중장기적으로 부품·소재·장비 대일 의존도 축소 방안 추진

【인천공항=뉴시스】배훈식 기자 =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22일 오후 스위스 제나바 WTO 일반이사회 참석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실장은 이번 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가 WTO 규범에 맞지 않는 부당한 조치임을 알릴 예정이다. 2019.07.22.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일본이 우리나라를 전략물자 수출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한일 양국간의 수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부터 10월 21일 일왕 즉위식까지 약 3개월 간은 양측이 상대방의 행동을 탐색하며 대응 조치를 취하는 '전략게임' 형태의 공방이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 '화이트 리스트' 법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접수를 마감했다. 일본 정부가 우리의 국무회의에 해당하는 각의를 열어 개정안을 의결하면 조치는 21일 후 시행된다.

일본의 각의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열린다. 이르면 26일 각의가 열리고 다음달 15일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이뤄질 수도 있는 셈이다. 조치가 취해지면 1100개에 이르는 수입 품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이처럼 신속하게 취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는데 1만건이 넘는 의견서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100건이 넘는 의견서를 일본에 제출했다.

일반적으로 일본 정부는 의견서가 접수되면 4~14일의 숙려 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의견서가 제출된 경우 30일을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부터 휴가를 떠났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이번주 각의에서 개정안을 의결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는 앞으로 약 3개월 간은 일본이 여러 차례에 걸쳐 압박을 해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국이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하며 반복적으로 공방을 벌이는 '전략게임'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광복절, 참의원 선거 이후 일본의 개각, 일왕 즉위식(10월21일) 등이 향후 한일 갈등의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한 정부 의견서 제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07.24. yesphoto@newsis.com

일본이 우선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치는 화이트리스트 배제다. 하지만 일본이 언제 조치를 시행하고 어떤 수준으로 수출 물자를 통제할지는 변수로 남아 있다.

또 현재 규제를 시행 중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허가도 압박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은 7월 1일부터 우리 기업들이 신청한 3개 품목의 통관 신청을 아직 한 건도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외교적 대화를 통해 일본 측과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가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외교무대를 활용해 수출 규제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적극 설명하고 있다.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조치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한 한일간 갈등에서 기인한 조치였다"며 "정치적 목적에서 세계 무역을 교란하는 행위는 WTO 기반의 다자무역질서에 심대한 타격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일본 측 대표단은 이번 조치가 강제징용 사안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이번 조치가 안보상의 이유로 시행한 수출 관리 차원의 행위이기 때문에 WTO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정부는 일본과의 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 중이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약 3주 동안 기업들의 재고, 신증설 계획, 연구개발(R&D), 수입선 다변화 등의 현황을 파악하고 예상되는 일본의 조치들에 대한 기업 지원 대책을 준비해 온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부산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최근 미중 무역 갈등과 일본의 수출 규제로 주력산업이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 모두 힘을 합쳐야 하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부품·소재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는 어려워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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