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제시안은 勞 '1만원(19.8%)' vs 使 8000원(-4.2%)
1·2·3차 수정안 내 간격 좁힌후 노사 최종안 표결할 듯
지난 3일 오후 5시부터 지난 4일 새벽 2시10분까지 9시간 동안의 마라톤 협상에도 최저임금위원회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박준식 위원장은 오는 9일 전원회의에서 수정안을 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날 전원회의는 마무리 됐다.
다만 박 위원장 요청대로 9일 노사가 수정안을 내놓을지는 불투명하다. 노사 양측은 수정안 제출 여부와 시기, 수준을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로써는 양측 모두 최초 요구안에서 한치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데드라인이라 할 수 있는 7월 중순이 가까워지면 공익위원들의 압박속에 1차, 2차, 3차 수정안을 내놓으며 좁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공익위원들의 중재에도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은 노사 요구안을 토대로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해 표결이나 합의를 유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공익위원들이 제시하는 심의 촉진 구간 안에서 결정된다는 점 때문에 공정성 시비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노사 양측이 직접 공익위원으로부터 표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수정안을 내도록 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7년 협상 때(2018년도 최저임금 결정) 이런 방법을 사용했었다.
당시 수차례 수정안을 통해 이견을 좁힌 노사는 최종안으로 노동계는 시급 7530원(16.4% 인상), 경영계는 시급 7300원(12.8% 인상)을 각각 제시해 표결에 들어갔다.
27명이 표결에 나서 노동계 안은 15표, 경영계 안은 12표를 받아 노동계 안인 7530원이 2018년 최저임금으로 결정됐다.
지난 2018년 협상 때(2019년 최저임금 결정)는 경영계가 끝까지 불참하면서 공익위원안 시급 8350원(10.9% 인상)과 노동자위원안 8680원(15.3%)이 표결에 부쳐졌다.
당시 표결에는 한국노총 추천 노동자 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 등 14명이 참석했다. 그 결과 공익위원안 8표, 노동자 위원안 6표로 공익위원안이 의결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첫 협상이라 할 수 있는 지난 3~4일 전원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어느 정도 토론 과정을 거쳐 논의가 무르익어야 올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노사와 공익위원의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협상 과정을 보면 최저임금 결정의 키는 결국 공익위원들이 쥐고 있다. 노·사·공익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 구성 때문이다.
또 노사의 최초 제시안은 사실상 상징적인 숫자에 불과하다. 이 숫자를 놓고 표결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기싸움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노사 최초 요구안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숫자 안에 고도의 전략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경영계가 최저임금제도 취지에 벗어나는 삭감액(-4.2%)을 최초안으로 낸 것도 전략상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환경이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노동계를 자극해 회의장을 나가게 만들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지난 3일 전원회의 중 만난 한 노동자 위원은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을 때 경영계처럼 퇴장까지 염두에 두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왜 퇴장하느냐"라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그게 사용자 측이 노리는 것"이라며 "정말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날 노사 협상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은 채 9시간 넘게 설전을 벌인 것은 사실상 공익위원들을 설득해 제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사 협상이 본격화된 시점에선 노사 모두 공익위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거나 억지를 부리는 듯한 모습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용자 위원들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원회의 '보이콧'을 하다가 복귀한 시점도 박 위원장의 경고성 발언 이후다.
소통과 경청의 자세를 강조해온 박 위원장은 지난 2일 저녁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나에게 이익이 되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협상이 일종의) 제로섬 게임인데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다 뺏기는 것"이라고 사뭇 강경한 어조 발언했다. 사용자 위원들은 다음날인 3일 곧바로 복귀했다.
노동계 역시 지난 2일 박 위원장에게 왜 '제도개선전문위원회' 설치를 합의도 없이 경영계 복귀 조건으로 내걸었느냐라고 쏘아붙이다가도 선을 넘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노사 간 신경전이 거세지고 논쟁 시간이 길어지자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노사 양측에 최초 제시안을 어떤 근거와 생각을 갖고 제시했는지 듣고 싶다고 요청했다. 이후 고용지표, 주휴수당, 산입범위 등의 각종 지표와 쟁점 사안들을 가져다 노사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논쟁이 불 붙는 양상을 보였다.
사용자 위원 측은 기본적으로 이미 현 최저임금이 기업의 지불능력을 초과했고 경제 상황, 취약업종의 일자리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점을 들면서 마이너스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사업의 종류별 구분 적용(업종별 차등적용)이 이뤄지지 않은 점과 유급주휴시간 효과까지 감안하며 마이너스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자 위원들은 시급 1만원은 사회적 약속인데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계층 감소와 임금불평등이 개선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실질임금인상의 삭감효과가 크다며 시급 1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사는 이번달 중순까지 이 같은 공방을 지난하게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 기한은 8월5일이다. 통상 이의신청 기간 등 행정절차 기간이 약 20일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7월 중순까지만 결정해서 고용부에 넘기면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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