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금리 인하해도 미중 무역분쟁 지속시 금리 인하효과 의문시돼
미 금리 인하 후 한은 기준금리 인하가 韓 경제·증시 활성화 위한 방안
증권가, 하반기 미 금리 인하 가능성 제기…韓 금리 인하도 결정될 수도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국내 증시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된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미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경제 부양을 위한 임시 방편책으로 볼 수 있어 금리 인하 효과가 미국은 물론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연준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계속 밑돌거나 글로벌 경제·금융상황에 위험이 나타난다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현재 실업률은 계속 낮고,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 2% 근처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금리는 중앙은행이 중립적이라고 보는 수준 가까이에 있기에 현재의 통화정책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치인 2% 이하로 계속 유지되거나 글로벌 경제·금융상황이 우리의 기준전망에 비해 불리한 위험이 나타난다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적절한 통화정책 기조를 재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약하자면 경제상황이 안좋아지면 기준금리에 대한 입장이 인하로 바뀔 수 있지만 현재의 미국 경제 상태를 고려할 때 지금의 금리정책은 딱 맞다는 견해로 볼 수 있다.
다만 미국내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는 중이다. 미 연방기금(FF)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이 2차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예상한다.
관심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지 여부와 한국은행이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 발맞춰 기준금리를 내릴 지 여부 등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미국 달러자산 투자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해 국내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반대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지고 국내 증시에 자금이 유입 돼 코스피 상승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당분간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미 증시 악화는 금리 동결 또는 인하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상쇄하는 원인이 된다.
즉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뉴욕 증시의 하락세가 없다는 전제아래 미국의 금리 동결 및 인하가 이뤄질 경우 국내 증시도 연동돼 상승세를 탈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상승 모멘텀을 찾기 힘들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한은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언제 결정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소비와 투자 확대 현상이 나타나 증시도 상승세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2.25~2.50%로 한은 기준금리보다 0.75%포인트 높아 한은이 경기부양 효과를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올해 네 번째 정례회의를 열고 통화정책방향을 논의한 끝에 기준금리를 현행 연 1.75%로 유지하기로 했다.
증권가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올해 하반기에 이뤄진 이후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해야 국내 증시도 반등할 수 있는 모멘텀이 생길 수 있다고 점치고 있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이미 경기침체와 통화정책 완화 필요성을 요청하고 있는데 미 연준이 장기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고집을 부릴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금리역전이 확대된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연준의 의지"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은 올해 4분기 내로 전망한다"며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오고 9월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시그널까지 봐야 한국도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oj100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