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교사 vs 大입학사정관 첫 대면…너무 큰 학생부 개선 인식차

기사등록 2019/04/04 18:21:39

고교 "결국 대입과 연계…학생 선발 기준 알 수 없어"

대학 "학생 자체보다 대입 고려한 기록은 자제해야"

향후 5차례 권역별 원탁회의…상호신뢰 높이기 관건

【성남=뉴시스】최진석 기자 =  4일 오후 경기 성남 코리아디자인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1차 고교-대학 원탁회의에서 원탁토의 취지가 설명되고 있다. 2019.04.04.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연희 기자 = 대학입시 직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적는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 선발 자료로 참고하는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견해 차이는 생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 교사들은 대학의 학생 선발기준에 대해 의문을 표한 반면,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부가 학생들의 관심사항과 학교생활을 정확하게 적었다고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4일 오후 1시 경기 성남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열린 제1차 고교-대학 간 원탁토의'는 경기지역 고등학교 교사들과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처음 한 자리에 모여 고교 교육·평가방식과 학생부 기록을 둘러싸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회의 전문 진행자인 촉진자(facilitator) 1명을 비롯해 교사 5명, 입학사정관 2명 등 8명씩 15개 조를 짜 원탁회의를 실시했다. 조별로 2시간 동안 ▲학생 성장으로 공감하기 ▲학교 수업 및 평가 내실화 ▲평가 기록 및 활용 내실화 등 세 주제를 논의했다.

조별 원탁 옆에는 의견을 적을 화판 받침대를 세웠고 색색의 필기구가 놓였다. 교사와 입학사정관들은 열의 있는 모범생들처럼 무대 위 주요 촉진자의 진행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의견을 나눴으며, 그 생각을 포스트잇에 쓰고, 그려 화판에 붙였다.

학생 성장을 주제로 논의할 때에는 각자 '학생성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공유하거나 학생으로부터 받은 감동사례를 나누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학교 수업 및 평가 내실화와 학생부 기록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차례로 넘어갈수록 열띤 토론이 벌어져, 촉진자가 발언을 중단시키는 경우가 나타났다.

13조의 한 교사는 학생부 중심 대학입시로 인해 현재 수업과 시험 출제 시 '1등급 만들기'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학생들은 시험이 쉽게 나오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등급은 자신을 비롯해 소수만 높기를 바란다"면서 "시험을 쉽게 내 1등급이 많거나 하면 감당이 안 될 정도의 원성을 받고, 전국단위 시험에 나온 문제가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경우에도 원성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15조에서는 학생 선발 기준을 두고 교사와 입학사정관의 견해차가 드러났다. 한 교사는 "대학들이 어떤 학생을 특별히 유수하다고 생각해서 선발을 하는지 변별력을 어떤 부분에서 확인하는지 선발기준이 의아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대입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실제 학생들의 교육과 학생부 기록 모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학 입학사정관은 "내신성적이 좋아도 잘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성적은 부족해도 비교과활동 등이 뛰어나 결과적으로 대학에서 잘 적응하는 경우도 있다"며 "대학마다 중시하는 역량이 다르고, 학생들을 선발할 때도 특정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인 사항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두 번 이상 대화를 주고 받자 촉진자가 발언을 중단시켰고 더 심층적인 논의는 어려웠다.

다른 원탁도 마찬가지였다. 14조의 한 교사는 "학생부 중심의 입시정책에는 동의하지만 학교 교육과정도, 평가도 변화를 거듭하고 학생 선발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교사들로서는 수업 운영과 학생들 내신 관리에 위험부담을 계속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마자 다른 교사 3명도 동시에 공감을 표하며 자신의 경험을 쏟아냈다. 이에 촉진자가 "열기를 줄여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더 논의하지 못하는 "현장에서 겪는 고충은 취합해 교육부 등에 전달하겠다"며 다음 단계 절차를 진행해 나갔다.

이어진 좌담회에서는 교사와 입학사정관이 가장 공감하는 의제를 하나씩 꼽아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의제 역시 교사와 입학사정관이 생각하는 쟁점이 달랐다.

학생 성장을 묻는 첫 번째 주제에 대해서는 교사 52.4%가 "잠재 가능성을 키워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꼽았지만, 입학사정관 55.2%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이 향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업·평가 내실화 방안에 대해서도 교사 41.3%는 모든 학생들의 다양성과 생각 변화에 초점을 맞춘 반면, 대학 입학사정관 37.9%는 학생들의 진로 관련 방향을 모색하는 노력이 학교 수업에서 소화돼야 한다고 봤다. 27.6%는 교사가 학업과 관련된 역량, 능력, 태도를 해석해 평가해야 한다고 답했다.

고등학교 교사들은 학교수업에 대해 '삶과 연계한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춰 수업과 평가구조를 짜 학생 스스로 역량을 신장하도록 해야 한다'며 학습 동기 유발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들의 동기보다는 '진학을 위한 기록이 아닌 교육과정과 학생 중심으로 수업을 관찰해 평가해야 한다'며 객관적인 태도를 요구했다.

좌담회 패널로 참석한 경기 구리고등학교 윤용근 교사는 "3학년이 되면 입시가 부담이 되다보니 학생 개별적인 잠재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입시에 더 매진하게 되지만, 실제 교사들은 상위권 뿐 아니라 중하위권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학습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경상대)은 "대학에서의 평가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잠재역량"이라며 "학교과정을 충실히 이수하고, 학생들이 잘 하고 흥미 있어하는 분야가 대학 진학에 연계돼야 진정한 의미"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각차에 대해 결국 교사와 입학사정관 간 신뢰가 부족하며,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고 협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부가 입시를 위한 도구가 되면 안 된다지만 지금 교사들 스스로도 '생기부가 아닌 사기부'라고 부를 정도"라며 "지난해 정책숙의 이후 지침도 너무 많아졌는데, 대학에서 교사들의 학생부 기록을 믿고 그대로 뽑으면 안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숙명여대 조벽 석좌교수는 "교사들이 학생부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대학에서도 그에 기반해 학생을 선발할 것이라는 점을 서로 믿는다면 학생부 기재 관련 세세한 지침이 있을 필요가 없다"면서도 "신뢰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처럼, 신뢰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으니 지속적인 소통의 장을 통해 신뢰를 확보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안성진 이사장은 "학생부가 현실적으로 아이를 제대로 표현하는지 여부는 앞으로 해결해나갈 과제"라며 "학생부에 정말 학생들의 성장을 기록하려면 어떤 구체적인 내용을 기록해야 하는지, 이론 수업 외에 어떤 활동을 통해 잠재력을 기록할 수 있을지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향후 풀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원탁토의에 참석한 교사와 입학사정관들은 "첫 회의를 통해 '가려운 구석'을 긁어줄 수는 없었다"면서도 "남은 5회의 권역별 토론회 등 소통기회를 통해 해소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영상인사를 통해 "경쟁보다는 아이들이 더불어 행복하게 자라나가는 방향으로 함께 고민해주시길 바란다"며 "아이들이 어떤 교육활동을 받아 미래사회를 살아갈 힘을 가질 것인지, 우리가 무엇을 더 도와줄 수 있을지 한 번 더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고교-대학 원탁회의는 지난해 교육부에서 정책숙의를 거쳐 '학생부 신뢰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 이후 현장 안착을 위해 마련됐다. 앞으로 ▲18일 서울 ▲30일 대전 ▲5월 10일 대구 ▲5월 22일 부산 ▲5월 30일 광주에서 열린다. 회차마다 권역별 고등학교 교사 75명, 수도권과 해당지역 대학의 입학사정관 30명씩 참여한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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