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논란 때마다 기준 강화'…靑, 7대 배제 원칙 또 손보나

기사등록 2019/03/31 17:45:31

장관 2명 낙마 배경, 검증 과정보다 '검증의 틀' 문제라는 靑

윤도한 "부동산 투기, 7대 검증 기준 포함 여부 검토해봐야"

집권 첫해, 음주·性 추가…작년 취임 1주년때 7대 원칙 보완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3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발표하고 있다. 2019.03.31.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재개발 지역 고가 부동산 매입으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청와대의 장관 후보자 검증 기준 강화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31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 지명 철회를 계기로 그동안 유지해오던 청와대의 '7대 비리 배제 원칙'을 손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청와대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조 후보자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지명 철회와 최 후보자의 자진 사퇴 관련 브리핑에서 검증 과정의 문제는 없었다면서도 '7대 비리 배제원칙'의 보완 필요성을 언급했다.

윤 수석은 사견을 전제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다시 검토해 볼 시점이 온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기준으로 삼아왔던 7대 원칙이 국민 눈높이에 비춰 맞지 않는다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증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기준을 삼고 있는 '검증의 틀' 자체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니 새롭게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윤 수석의 주장이다.

윤 수석은 특히 '다주택 논란'이 일었던 최 후보자의 경우 7대 기준을 통해 스크린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수석은 "(최 후보자는) 7대 원천 배제 기준에서는 걸리지 않았다. 그러니 검증 과정에서의 문제는 없었던 것"이라며 "다만 국민정서, 눈높이에 맞지 않은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인사논란이 있을 때마다 검증 기준을 바꾸는 방식으로 검증라인으로 향하던 책임론을 피해갔다.

집권 첫해인 2017년 문재인 정부 1기 조각 과정에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이 잇따라 자진 사퇴로 물러나자 그해 11월 기존 '5대 배제 원칙'을 강화한 '7대 배제 원칙'을 내놨다.

5대 배제 원칙(병역기피·부동산 투기·세금 탈루·위장 전입·논문 표절)에서 음주운전과 성 관련 범죄 항목을 추가한 것이 7대 배제 원칙의 핵심이었다.

안경환 후보자의 강제 혼인신고와 더불어 차관급 청와대 참모이긴 하지만 김기정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교수 시절 성희롱 발언으로 불명예 하차한 것이 성관련 범죄 항목 추가와 연관이 있었다.

또 음주운전 이력으로 홍역을 치른 송영무 초대 국방부 장관과 조대엽 후보자의 음주운전 후 거짓 해명을 계기로 음주운전 항목이 새로운 기준에 포함되기도 했다.

다만 5대 배제 원칙을 7대 원칙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명시적이었던 부동산 투기 항목은 '불법적 재산 증식'이라는 항목으로 변경됐다.
【서울=뉴시스】박영태, 홍효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아들의 호화 유학과 외유성 출장 의혹 등으로 논란이 제기된 조동호(왼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를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뒤 24일 만에 지명 철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 지명철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부동산 투기와 자녀 편법 증여 의혹으로 자질 논란이 제기된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는 이날 자진 사퇴했다. 사진은 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모습. 2019.03.31. photo@newsis.com

김 대변인의 사퇴 과정에서 불거졌던 '투자'와 '투기'의 개념 논란처럼 혼선을 막기 위해 부동산 투기의 개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부동산과 주식·금융 거래를 통한 재산 증식 과정에서 일반에 미공개 된 중요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한 경우를 투기로 간주했다.

김 대변인이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아주 가까운 친척이 흑석동 매물을 살 것을 제안했다"고 해명한 것도 불법 정보 취득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청와대는 이후 한 차례 강화된 인사검증 기준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해 5월8일 이뤄졌다. 조국 민정수석이 1년간의 인사검증 과정을 떠올리며 향후 개선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당시 조 수석은 인사 검증에 한계가 있었던 사례를 유형별로 분류했다. ▲검증항목에 누락된 경우 ▲사전질문서 질문항목에 빠진 경우 ▲후보자가 충실하게 답변하지 않은 경우 ▲검증시 활용하는 공적자료에 사생활 정보가 드러나 있지 않은 경우 등 크게 4가지에 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전 질문서의 질문 항목을 보완키로 했다. 미투 운동에 해당될 만한 과거 발언, 비상장 주식의 구체적인 매입 경위,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논란이 될 만한 의사결정 참여여부 등의 항목을 추가했다.

또 허위로 답변하거나 관련 사실을 숨긴 경우 향후 공직임용에서 배제하거나, 허위 답변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내용이 공개될 수 있음을 후보자에게 사전 고지키로 했다.

게다가 검증 과정에서 허위 소명 등이 밝혀진 경우에는 이를 검증결과에 포함시키고, 과거 검증 시 허위 답변했을 경우 타 직위로의 검증 때 이를 결과에 반영해 공직 임용을 원천적으로 막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최 후보자를 첫 지명철회하며 명분으로 삼은 것도 당시 강화됐던 검증 기준에 의해서였다.

윤 수석은 "(후보자로 지명되면) 서약서를 쓴다.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할 경우 관련 내용을 공표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그래서 그런 기준이 적용됐고, 그런 이유 때문에 지명철회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사 논란과 검증라인의 책임론이 비등할 때마다 관련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5대 기준을 7대 기준으로 강화하면서 그만큼 활용할 인재 풀(pool)이 적어져 검증 자체에 어려움을 있다는 것을 청와대 스스로 체감해 왔다.

윤 수석은 7대 기준의 보완 방안에 대해 "다만 이것을 (내부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고, 논의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며 "7대 검증 기준에 포함돼 있지 않은 부동산 투기 항목을 새로 포함시킬지 여부는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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