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란자 3대 뿐만 아니라 딕시트 3대도 사망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국영 언론 CBC는 이번 사고로 가족을 잃은 케냐 거주자 존 쿠인도스 카란자의 사연을 소개했다. 카란자의 딸과 외손주들은 캐나다에 거주하며 영주권을 신청한 상태로, 방학을 맞아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케냐 여행길에 올랐었다.
교사로 일하다 지난해 7월 은퇴한 카란자의 아내 안 완구이 카란자도 딸을 돕기 위해 캐나다에 갔다가 이번 여행길에 동행했다. 이번 사고로 카란자는 아내를 비롯해 34세의 딸과 각각 7세, 4세, 9개월의 손주들을 모두 잃게 됐다.
카란자는 "하느님이 왜 그들, 특히 내 손주들을 이렇게 빨리 데려갔는지 알고 싶다"며 "나는 가족들을 위해 내 모든 걸 바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고 당일 나이로비 공항에서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사고는 일을 하기 위해 버뮤다에 거주하던 카란자의 사위 폴 인조로게에게도 같은 비극을 낳았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버뮤다 버터필드 은행에서 근무하던 인조로게는 다음 주께 일을 그만두고 가족들이 있는 캐나다로 갈 예정이었다.
인조로게는 특히 가족들을 위해 이번 사고 항공편을 본인이 직접 예약했다고 한다. 그는 가족들이 케냐에 도착하면 그들과 합류할 예정이었고, 캐나다에서 출발한 가족들이 나이로비행 사고 여객기로 갈아타기 위해 아디스 아바바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잠자리에 들었다.
카란자와 사위 인조로게는 이날 작은 가방들을 들고 여객기 추락 현장에 가 흙을 담아왔다. 에티오피아항공은 지난 16일부터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가족당 1㎏씩의 흙을 나눠주고 있다. 장례를 치를 가족들이 수습되지 않은 시신 대신 사고 현장의 흙을 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조로게는 "DNA를 통해서도 아무 것도 찾지 못할 경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추도하기 위해 이 흙을 가져간다"면서도 "내 장모와 아내, 아이들의 시신을 받고 싶다. 그들과 함께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언제 유해를 수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는 "(추락 순간에) 아내는 나를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리고 아이들은 엄마를 부르고, 아빠를 찾으며 울부짖었을 것이다. 그게 내 심장을 부숴 놓는다. 그 생각은 절대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카란자의 케이스 외에도, 캐나다 국적의 3대 일가가 이번 사고로 숨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캐나다 국적 남성 프레릿 딕시트(45)와 그 아내 코샤 바이댜(37) 부부, 이들 부부의 각각 14세와 13세 두 딸, 바이댜의 부모 등 6명이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캐나다인은 총 18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 중 3분의 1이 이 일가다. 캐나다 브램턴에 거주하던 이들은 가족휴가로 케냐를 방문해 사파리를 관광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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