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에게 달려간 3세 소년…장례도 못 치른 가족들

기사등록 2019/03/18 09:39:33

아버지·형 따라 금요일 예배 갔다가 희생

뉴질랜드 시민들, 테러현장 인근 모여 유가족 위로

【크라이스트처치=AP/뉴시스】지난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모스크(이슬람교 예배당) 총기난사 테러 사건 최연소 희생자 무아드 이브라힘의 사진.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브라힘은 사건 당시 도망치는 대신 총기난사범을 향해 달려갔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이브라힘이 당시 상황을 게임 장면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9.03.18.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지난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모스크(이슬람교 예배당) 총기난사 테러 최연소 희생자는 3세 소년 무아드 이브라힘이었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무아드는 사고 당일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버지, 형과 함께 기도를 하기 위해 사건이 일어난 모스크에 도착했다.

무아드는 소말리아 출신 아버지 및 10대 형과 금요일마다 모스크를 찾았었다. 무아드는 종종 예배가 끝난 뒤 인근 공원으로 축구를 하러 가는 형을 따라가곤 했다.

그러나 사건 당일, 이 사건 용의자 브렌턴 태런트가 모스크에 난입해 총기난사를 하던 순간 무아드는 도망치는 형을 따라가는 대신 총기난사범을 향해 달려갔다.

무아드의 아버지 아단 이브라힘은 무아드가 당시 상황을 형이 즐겨하던 비디오 게임 장면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테러가 끝난 뒤 한 예배자가 무아드를 의료진에게 데려갔지만, 무아드는 끝내 목숨을 건지지 못했다. 무아드의 10대 형 아브디 이브라힘은 "(무아드는) 활기차고, 장난기가 넘쳤으며 많이 웃었다"며 "너무나 그리울 것"이라고 동생을 추모했다.

보도에 따르면 추가 사망자가 발견되면서 이번 사건 희생자는 당초 49명에서 50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도 50명에 달하며, 이들 중 2명은 위독한 상황이다.

희생자 유족들 대부분은 아직 가족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슬람 전통 장례 풍습은 통상 사망 24시간 안에 망자의 시신을 묻도록 한다.

【웰링턴=AP/뉴시스】16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의 이슬람 센터에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총기난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물품들이 놓여 있다. 2019.03.16.
그러나 지문과 의료기록, 의류를 통해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일단 오는 20일까지는 시신을 유가족들에게 인계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테러가 일어난 모스크 중 한 곳인 알 누르 사원 인근에는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려는 시민들이 꾸준히 모여들고 있다.

시민들은 프리허그를 하거나 손수 구워온 쿠키를 유가족들에게 나눠주며 슬픔을 달래려는 모습이다. 모스크 맞은편에서 마오리춤을 선보이는 이들도 있다. 마오리춤은 용기와 단결을 상징한다.

사고 당일 예배에 늦어 목숨을 건진 압두카디르라는 남성은 이번 사고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에 대한 내 감정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이민자들에게 관대한 편인 뉴질랜드는 이 사건 전까지 '테러 청정국'으로 불려 왔다.

압두카디르는 "(테러범은) 우리가 어떤 곳에서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길 원했지만, 우리는 뉴질랜드가 어떤 곳인지 안다"고 했다. 압두카디르 역시 이번 사고로 자신의 70세 아버지를 잃었다.

 imzero@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