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이틀째 대규모 정전

기사등록 2019/03/08 18:05:59

전국 23개州 중 22개州 정전돼

지난해 인플레이션 80만%

경제붕괴로 300만명이 해외로 탈출

【카라카스=AP/뉴시스】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가 정전돼 시민들이 깜깜한 거리를 걸어 다니고 있다.  이번 정전으로 카라카스의 많은 직장인이 지하철 운행이 중단돼 걸어서 퇴근하고 신호등이 꺼진 교차로에서는 차량이 서로 엉키는 등 혼선을 빚었다. 현지 관계자는 목요일 발생한 이번 정전이 전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그간 발생한 정전 중 최악이라고 밝혔다. 2019.03.08.

【카라카스=AP/뉴시스】양소리 기자 = '두 대통령' 사태로 정치권의 긴장이 고조되는 베네수엘라에서 이틀째 대규모 정전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는 전날인 7일에 이어 전국이 어둠에 휩싸여 있다.

7일 퇴근 시간께 벌어진 정전사태는 수도 카라카스를 포함해 전국 23개 주 가운데 22개 주를 강타했다.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며 수천 명의 퇴근 인파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리를 걸어야 했으며, 거리는 택시와 자가용으로 가득했다.

카라카스의 산부인과 병동에서는 예비 발전기까지 작동을 멈추며 인큐베이터 앞에서 산모들이 울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 도 했다.


【카라카스=AP/뉴시스】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가 정전되면서 한 산부인과의 분만실 앞에서 산모 가족들이 걱정스레 대기하고 있다.  이번 정전으로 카라카스의 많은 직장인이 지하철 운행이 중단돼 걸어서 퇴근하고 신호등이 꺼진 교차로에서는 차량이 서로 엉키는 등 혼선을 빚었다. 현지 관계자는 목요일 발생한 이번 정전이 전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그간 발생한 정전 중 최악이라고 밝혔다. 2019.03.08.


'두 대통령'은 상대방을 대규모 정전의 원인으로 꼬집으며 비난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7일 트위터에 "이번 정전은 미국의 지시로 이뤄진 '전력 전쟁'이다"며 공격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공보부 장관은 "미국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지지자들이 이번 정전 사태의 배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국영TV를 통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달라"며 "만약 집에 있다면 나가지 말고, 안전한 곳 혹은 직장에 있는 이들은 그 장소에 머무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7일 밤에는 복구되지 않는 전기에 주민들이 창문을 열고 주전자과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전기가 없는 세상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불만을 표하는 이들을 찾기가 힘들었다.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트위터에 이번 사태를 마두로 대통령의 탓으로 돌리며 비난했다. 그는 "요리를 해야하는 어머니, 기계에 의지하는 병자, 당장 근무를 해야 하는 노동자에게 어떻게 전기도 없이 우리가 강국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베네수엘라의 빛은 독재의 종료와 함께 돌아올 것"이라고 썼다.


【카라카스=AP/뉴시스】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가 정전되면서 지하철 등이 마비돼 시민들이 버스에 몰리고 있다. 카라카스의 많은 직장인이 지하철 운행이 중단돼 걸어서 퇴근하고 신호등이 꺼진 교차로에서는 차량이 서로 엉키는 등 혼선을 빚었다. 현지 관계자는 목요일 발생한 이번 정전이 전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그간 발생한 정전 중 최악이라고 밝혔다. 2019.03.08.


한 때 베네수엘라는 라틴 아메리카의 모범이라 불릴 정도로 안정된 전기 공급이 가능한 나라였다. 그러나 수년 동안의 관리·유지 소홀로 현재 전력 공급 시스템은 상당 수가 파손됐으며 이로 인해 종종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진다.

시민들은 갈헐적으로 정전이 발생된 적은 있으나 이렇게 오랜 기간 전국적으로 전기가 공급되지 않은 적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베네수엘라 고위 관계자들이 전기 시스템에 투자될 예산을 약탈했다는 혐의가 제기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전력공사(CORPOELEC)는 이번 정전이 국가 전체 전력생산량의 70%를 담당하는 남동부 볼리바르 주(州) 구리 댐(Guri Dam)에서 발생한 '사보타주(고의적 시설 파괴)'로 인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정전 사태를 '사이버 공격'으로 표현하며 "모든 시스템을 좌초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BBC에 따르면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율은 80만%에 달한다. 경제 붕괴를 견디지 못해 베네수엘라를 떠난 이들도 지금까지 300만명이 넘는다.

한편 미국을 포함한 세계 50여개국은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달 25일 외교부 성명을 통해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sound@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