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택시업계 극적 합의... 韓 승차공유 시장 불씨 지필까

기사등록 2019/03/07 20:16:16

사회적 대타협 기구, 1월 출범 이후 '카풀 출퇴근 시간 운영'에 동의

승차공유 시장 전 세계적 흐름...2021년 700억 달러 규모 성장 전망

미국·중국 세계 1·2위 차지...소비자 입장 반영하며 '선 도입 후 규제'

국내 관련 업계는 합의안에 회의적..."없던 기준 만들어 시장 축소"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택시-플랫폼 사회적대타협기구 기자회견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위원장,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등 참석자들이 합의문 발표 후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03.07.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민기 기자 = 택시 4개 단체와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전현희 위원장, 카카오모빌리티, 국토교통부 등이 참여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7일 카풀 서비스를 평일 출퇴근 시간에만 운영한다는 내용에 합의하면서 전 세계적 추세인 '승차공유 시장'이 한국에서도 성장하게 될 지 관심이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이날 합의문을 통해 "여객운수사업법 등 현행법의 본래 취지에 맞도록 평일 출퇴근 시간에만 서비스를 운영하고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만간 승차공유 시장에 복귀해 카풀 서비스를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카카오모빌리티는 평일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7~9시와 오후 6~8시에 카풀을 운영할 수 있다.

아울러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택시업계의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한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올해 상반기 중에 출시하고, 택시기사들 처우 개선을 위해 사납금 제도 대신 노동 시간에 부합하는 월급제를 시행한다는 내용에도 합의했다.

이번 합의가 나오기까지 승차공유·택시업계는 지속적인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 1월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출범하면서 이날 회의 전까지 4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그러나 "카풀 서비스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으로 '승차공유 금지법' 통과만을 요구해왔던 택시업계가 이날 마지막 만남에서 '평일 출퇴근 시간 한정 카풀 운행'에 동의하고 마침내 합의에 이르면서 "차차 국내에서도 승차공유 시장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승차공유 시장은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과 중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는 카풀·승차공유가 안정적으로 안착하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승차공유 시장 규모는 약 318억 달러로 추산됐다. 2021년에는 두 배인 약 700억 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별로 봤을 때 시장 규모는 2017년 미국이 약 118억 달러, 중국이 약 102억 달러로 선두를 달렸다. 유럽에서는 영국과 독일 등이 매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애매한 현행법과 규제로 최근 몇 년간 승차공유 시장이 막혀있었던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AP/뉴시스】 시험주행을 준비하는 우버의 자율주행차량들이 12월 1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대기하고 있다. 우버는 지난 3월 사망사고를 낸 이후로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피츠버그,  토론토에서 하던 자율차 도로주행시험을 모두 중단했다.   
미국·중국 등이 현재 전 세계 승차공유 시장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두 나라가 승차공유 시장을 대하는 방식에 있다. 두 나라는 한국과 달리 일단 카풀 서비스를 도입한 후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규제를 도입했다.

미국의 우버와 같은 경우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운전자 자격과 운행 차량 조건, 보험 등의 세부 기준을 하나씩 마련했다. 중국은 디디추싱 출시 이후 정부가 규제안을 만드는 동시에 사용자들의 현장 반응을 적극 반영하며 규제를 개선해나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애매한 현행법과 규제에 막혀 카풀업계와 택시업계는 카풀이 "불법이다"와 "불법이 아니다"를 가지고 지금까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택시업계는 이용자 감소와 택시 면허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승차공유를 반대하며 파업과 집회 등을 이어왔다. 지난해와 올해 초에는 3명의 택시기사가 카풀에 반대하며 분신 사망했다.

이처럼 극한 대립을 이어오던 상황에서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 간 '카풀 특정 시간 운행'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승차공유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문에 대해 '타협 아닌 타협'이라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서는 더 성장할 수 있는 승차공유 시장에 기존에 없던 기준을 만들면서 장기적인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타협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나 카풀 태스크포스 등 많은 분들이 노력한 것은 알지만 지금의 합의안으로 장기적으로 모빌리티 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운영 시간 규제를 만들어서 시장이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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