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근무만 하는 주차관리·배달·환경미화원 등
"미세먼지 나빠도 쉬는 일 없어…일해야 돈벌지"
"어쩔 수 없어…그냥 몸이 알아서 정화하겠거니"
마스크 가격 부담…직접 필터 사서 자체 제작도
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야외 주차장에서 만난 강춘일(71)씨. 이 곳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강씨는 "하도 미세먼지가 나쁘다고 하길래 그동안 안 사던 마스크도 새로 사 봤다"며 마스크 너머로 웃어 보였다.
강씨가 착용하고 있는 마스크는 검정색 면 소재로 최근 이어지고 있는 최악 수준의 미세먼지 공습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제품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한때 158㎍/㎥까지 치솟았다. 초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76㎍/㎥ 이상) 최저치의 약 1.5배에 달한다.
강씨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점심시간을 뺀 하루 7시간을 밖에서 일한다. 수도권 사상 처음으로 엿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세먼지 걱정은 되죠. 그렇다고 일을 안할 순 없잖아요. 우리는 파리목숨이고, 일을 해야 또 한 달을 사니까. 그냥 몸이 알아서 정화해주겠거니 하고 걱정 안하려고 해요. 그 걱정까지 하면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으니까요."
인근에서 만난 유모(44)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유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물건을 배달하는 일을 한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공기를 하루에 8~9시간씩 가로지르며 서울 곳곳을 누빈다.
유씨는 "미세먼지 심하다고 어떻게 쉬겠냐"며 "일을 해야 돈이 나오지, 어디서 그냥 돈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했다.
유씨는 "미세먼지 많다고 쉬게 해주는 일은 없다"며 "이런 날 마스크 나눠준다고 하긴 하는데 가봤더니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 가져간 건지 없더라"라며 씁쓸해했다.
강씨 역시 "정부가 강제로 휴업하게 지시하지 않는 이상 계속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A씨는 말을 마친 직후 물을 머금고 입을 헹군 뒤 뱉어내는 행동을 반복했다. 입을 열면 들어오는 미세먼지를 삼키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이런 날도 일 하는 건 다 똑같다"며 "어쩔 수 없지 않냐"고 했다.
A씨는 직접 미세먼지 필터를 구매해 고무줄을 달아 만든 자체 제작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시중에서 파는 마스크를 착용하면 안경에 김이 서려 시야를 가리는 탓에 마련한 자구책이다. 일반 마스크보다 비싼 미세먼지 마스크를 살 돈을 아끼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그는 "권장대로 시간마다 마스크를 바꿔 끼면 한달에 30만~40만원이 나가지만 회사에서 지원해주지 않는다"며 "실질적으로 마스크를 자주 바꿔 낄 수 없을 뿐 아니라 금액 부담도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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