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반도전문가 미치시타 GRIPS 교수
"과거 북미협상 때도 있던 패턴"
"北, 강경대응으로 돌아설 수도"
미치시타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만으로는 북한의 진의를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대북제재 해제 범위와 관련된 북미간 이견이 있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북한이 미국과의 핵협상에서 대북제재를 먼저 해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던 패턴이다"고 설명했다.
미치시타 교수는 "이전 북미간 핵협상 과정을 살펴보면 북한은 미국 측에 대북제재를 해제해야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요구해왔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하노이에 오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이 이전과는 달리 양보하나 생각했지만 결국 북한은 기존의 협상 패턴대로 대북제재 해제를 먼저 요구하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김 위원장이 회담장인 하노이까지 와서 대북제재 전면해제라는 강경한 태도를 취할 거라면 왜 하노이까지 왔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면서 "북한 주민들에게도 이미 회담 내용이 보도됐는데 김 위원장이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는지는 북한 측 설명까지 들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치시타 교수는 향후 북미간 협상 전망과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만나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앞으로의 북미간 협상을 긍정적으로만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면서 "이 상태로 협상이 장기전으로 가면 북한은 일방적으로 양보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어 북한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와 같은 강경 대응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치시타 교수는 "그럴 경우 한반도에 긴장이 높아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꾀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일본은 북핵 문제를 해결한 뒤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일본 정부는 북미협상이 잘돼야 북일 관계도 진전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북미간 핵 협상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일본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치시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도 북미관계가 잘 되지 않는다고 일본에 접근하면 북한의 외교적 입지가 작다는 것을 보여주는 꼴이 돼 북한이 그런 선택을 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치시타 교수는 일본 즈쿠바(筑波)대학교를 졸업한 뒤 방위성 산하 방위연구소에 들어갔다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현재 재직 중인 GRIPS는 석박사 과정만 있는 대학원대학교로, 국제기구나 일본의 행정부처 공무원들이 공동으로 정책연구를 하기 위해 1997년에 설립된 공무원용 국립대학교다. 미치시타 교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정권 때 2년간 내각관방실(총리보좌부서)에서 안보 및 위기관리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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