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의 표상으로 1등급 훈장 자격"
"총 들고 맞서지 않은 비폭력 정신 의의"
"누나 이미지로 한계…다양한 담론 요구"
"유관순 통해 타 여성 열사 발굴도 영향"
그러던 중 최근 정부가 3·1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아 최고 등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수여하기로 하며 유관순 열사가 차지하는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는 계기를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유관순 열사에게 국가 유공자 1등급 건국훈장대한민국장 추서를 했다.
문 대통령은 "유관순 열사는 3·1독립운동의 상징이다. 우리는 16살 나이로 당시 시위를 주도하고 꺾이지 않는 의지로 나라의 독립에 자신을 바친 유관순 열사를 보며 나라를 위한 희생의 고귀함을 깨우치게 됐다"며 "유관순 열사가 3·1독립운동의 표상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1등급 훈장 추서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관순 열사에게 지난 1962년 건국훈장 5등급 중 3등급에 해당하는 독립장을 수여했다. 이에 유관순 열사의 공적과 상징성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 동안에는 상훈법상 '동일한 공적에 대하여는 훈장 또는 포장을 거듭 주지 않는다'는 규정에 발목 잡혀 추가 서훈이 이뤄지지 못했다.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5월 유관순 열사에게 최고 훈장인 대한민국장을 수여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제기되면서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추가 서훈의 길이 마련된 것이다.
류정우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회장은 "그간 유관순 열사의 서훈 등급이 낮았던 것은 공적을 평가함에 있어 조건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당시에는 천황 저격 등에 훌륭한 등급을 줬다"며 "하지만 유관순 열사의 비폭력 저항이 이제는 높게 평가받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유관순 열사를 잔다르크에 비유하는데, 소녀라는 공통점이었을지 몰라도 잔다르크는 갑옷을 입고 전쟁했지만 유관순 열사는 맨주먹으로 일본에 저항해 만세 운동을 일으켰기에 비폭력의 의의가 큰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아우내 장터(병천시장) 만세운동 당시 사망자는 19명이었는데, 일제가 총을 쏜다고 칼을 들고 대항했다면 수백 명이 죽었을 것이고 그런 식이었다면 만세운동은 지속이 안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류 회장은 "비폭력 저항 운동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유관순 리더십은 세계의 젊은이들에게도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에 젠더 이슈가 확산되면서 유관순을 '누나'라고 호칭하는 대신 '열사'로 통일해 불러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김호연 단국대 동양학연구소 교수는 논문을 통해 "초등학교 국어 교육이 감성적 측면에 머물다보니 '유관순=누나'라는 이미지가 생겼고, 이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한계점이 있었다"며 "유관순 열사만큼 강렬한 민족정신과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 없기에 다양한 담론이 요구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독립운동 100주년과 맞물려 유관순 열사의 옥중 생활을 그린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개봉해 첫 날 매진이 되는 등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유명 패션 잡지인 보그(VOGUE)의 프랑스판에는 표지로 한국 작가 이 배(LEE Bae)가 제작한 유관순 열사의 그림이 실려 주목을 끌기도 했다.
유관순 열사에 대한 이같은 관심은 곧 다른 여성 열사들에게도 시선이 가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박충순 전 유관순연구소장은 "당시 여성들은 신분을 감추고 활동했고 여성이기에 비밀리에 심부름과 연락을 전달하는 일들을 해서 주도적인 일들이 적었다. 따라서 객관화 할 증빙 자료가 없고 후손이 증명하기 어려웠다"며, "유관순 열사로 인해 다른 여성 열사들도 많이 주목을 받는 바람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유관순 열사에 대해 무엇이든 많이 발굴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whynot8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