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언중유골' 탐색전…"많이 인내" "잠재력 굉장"

기사등록 2019/02/28 01:12:56

예정보다 18분가량 길어진 140분 만남

환담-단독회담-친선만찬 거치며 탐색전

김정은 "인내 필요했던" 교착 섭섭함

트럼프 "경제 잠재력" 비핵화 촉구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하노이 중심가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 입구 국기 게양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2.27.
【하노이(베트남)=뉴시스】김지훈 김난영 김지현 김성진 기자 = 지난해 6월 '세기의 만남'을 가졌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개월 만에 열린 2차 정상회담 첫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뼈있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탐색전을 벌였다.

두 정상은 이날 만남에 앞서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이날 오전 응웬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양자회담 등 외부 공식 일정을 소화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김 위원장은 숙소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오후 6시15분께 숙소인 멜리아호텔에서 차를 타고 회담장이 있는 메트로폴호텔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오후 6시28분(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8시28분)께가 돼서야 이날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미소를 지었다가 또다시 한동안 굳은 표정으로 있던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2차 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한 뒤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활짝 웃어 보였다.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하노이 중심가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원탁 테이블 친교 만찬을 하고 있다. 2019.02.27.
분위기는 밝았다. 그러나 두 정상은 덕담을 주고받으면서도 묵직한 말들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불신과 오해의 눈초리도 있고 적대적인 것들이 우리가 가는 길 막으려고 했지만 우리는 그걸 잘 극복하고 해서 다시 마주 걸어서 261일 만에 하노이까지 걸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표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곧바로 "어느 때보다 많은 고민과 노력,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 이후 거듭됐던 교착 국면에 대한 섭섭함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 물론 그는 "모든 사람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거라고 확신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모두발언을 끝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환담에서 그간의 비핵화 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행동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그는 "오늘은 1차 회담 이상으로 성공적이고 또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저희의 관계는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나 이내 "북한은 굉장히 경제적인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할 거로 생각한다"며 "정말 놀라운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고 그 부분을 많이 돕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번영을 돕기 위한 조치는 '비핵화 완료 이후'에 시작될 거라는 방침을 밝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김 위원장에게 경제 발전을 하고 싶으면 완전한 비핵화 조치부터 하라는 메시지가 된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에 '웃음'으로 대응했다.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베트남 하노이의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찬을 갖고 있다.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믹 멀베이니 미 대통령 비서실장,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미국 측 통역,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북한 측 통역,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용호 외무상. 2019.02.27

비공개 단독회담이 종료된 후 친교만찬이 시작되면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공개됐다. 두 정상은 원형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만찬 때 볼 수 있었던 자리 배치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진행된 30분간의 대화가 "흥미로웠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좋은 상황으로 이어질 거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참모들의 면면을 보면 '친선만찬'보다 '업무만찬'의 성격에 더 가까웠다. 북한 측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 관계 전반을 총괄하는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북한의 대외 창구인 리용호 외무상이 자리했다. 미국 측에서는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만찬은 당초 합의됐던 90분을 훌쩍 넘겨 108분 동안 진행됐다. 양측 최고지도자와, 비핵화 협상 카운터파트너가 한자리에 모인 만큼 비핵화 협상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있었을 거라는 관측이다. 또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대신 리 외무상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북미 협상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인 외교적 접근, 연락사무소 개설 문제 등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을 거라는 관측이다.

【하노이(베트남)=뉴시스】 전진환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현지시각)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친교 만찬이 열린 베트남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을 나와 숙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담배를 피고 있다. 2019.02.27. amin2@newsis.com

김 위원장은 이날 트럼프를 만나러 오는 길에, 그리고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차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때 화면에 비친 그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이번 회담에서 '만남' 이상의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날 총 140분간 이어진 밀도높은 만남에서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며 예열한 두 정상은 오는 28일 확대회담 등을 이어가며 '하노이선언'을 도출하기 위한 담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jikime@newsis.com
 imzero@newsis.com
 fine@newsis.com
 ksj87@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