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판단 착오였다. 앙코르 첫 곡 '걸스 라이크 유'로 객석을 다시 들끓게 했다. 27일 밤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머룬5의 내한공연에서 말 그대로 입구까지 인파로 가득 찬 플로어석의 관객들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무려 이날 고척스카이돔에는 3만명이 몰렸다. 본래 야구장인 이곳에서 콘서트가 열릴 때 최대 수용 가능한 추산 인원은 2만5000명.
같은 장소에서 지난해 10월 영국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27)의 내한공연에는 2만명, 같은 해 12월 미국 R&B 가수 위켄드(29)의 내한공연에는 2만4000명이 몰렸었다. 두 팀은 최근 팝 신에서 가장 뜨거운 핫 스타들로 모두 첫 내한.
그런데 다섯 번째 내한공연한 머룬5가 명실상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팝가수임을 증명한 것이다. 사실 지난 번 내한인 2015년 9월 공연은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이번에 리바인은 수시로 돌출 무대로 뛰어나오는 등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팔세토를 연상케 하는 창법으로 그가 쭉 뻗은 고음을 내고, 밴드의 다른 멤버들의 차진 연주가 호위를 할 때 쾌감은 강렬한 록밴드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3만여 스마트폰이 별빛을 대신한 '로스트 스타스' '쉬 윌 비 러브드'는 앙코르를 매혹의 순간으로 만들었다. 진짜 마지막곡은 리바인의 고음이 귀를 달콤하게 간지럽히는 '슈가'. 리바인은 중간에 직접 일렉 기타를 연주하기도 했다. 머룬5의 기타리스트 제임스 밸런타인(41)이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연주를 한 채, 무대 앞으로 전진 할 때 음표와 무대는 더 뜨겁게 생동했다.
이처럼 머룬5가 관객들을 취하게 만들었다면, 같은 시각 동쪽으로 24㎞ 떨어진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미국 팝페라 가수 조시 그로반(38)이 첫 내한공연은 관객들을 홀렸다.
본래 오후 8시 시작 예정이었으나 15분가량 늦게 무대에 오른 그로반은 초반부터 풍부한 성량과 섬세한 창법, 다양한 표정 연기로 정상급 팝페라 가수임을 증명했다.
'비거 댄 어스(Bigger Than Us)'로 포문을 열었는데, 진중하면서도 무겁지 않고 부드럽지만 약하지 않은 그로반의 보컬과 밴드, 소규모 현악 편성이 잘 어우러졌다. 두 번째 곡 '유 아 러브드'에서 솜사탕 같은 목소리가 이어지자 2000여 관객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2001년 셀프 타이틀 앨범 '조시 그로반'을 발매한 이후 18년 만에 내한한 그로반은 "처음 방문이라 너무 행복하다. 꿈이 이뤄졌다. 그간 팬들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줘서 고맙다. 너무 오고 싶었지만 이제야 약속을 지켰다"고 했다. "18년이 걸려 첫 내한했는데 다음 내한은 이처럼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18분쯤?"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던 과거를 관객과 함께 나누기도 한 그로반은 그룹 '시크릿 가든'의 커버곡 '유 레이지 미 업'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이날은 다채로운 곡들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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