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태화관 유물 있는데, 3·1독립선언 광장에 일제 잔재?
기사등록 2019/02/28 06:01:00
최종수정 2019/02/28 07:18:28
태화관 주춧돌. 전북 김제시 금산면의 사립공원 동심원에 낙엽으로 덮여있다.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서울시가 '3·1독립선언 광장' 조성에 조선총독부 건물의 주춧돌을 쓰겠다고 했다. 그러자 3·1운동 발상지인 서울 태화관의 주춧돌이 엄연히 남아있는데, 하필이면 조선총독부의 잔재를 재활용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3·1정신과 여성교육 100년'의 저자인 언론인 출신 작가 김태은씨는 27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태화관 주춧돌의 존재를 서울시가 알지 못한 탓일 수 있겠다"면서도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왜 식민 잔재를 봐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 작가는 '성신여대 전신 태화여학교'라는 부제를 단 '3·1정신과 여성교육 100년'을 집필하면서 태화관 주춧돌의 존재를 알게 됐다. 독지가 송재욱(78)씨가 태화관의 주춧돌과 기와 일부 등을 전북 김제시 금산면의 사립공원 동심원에 보관하고 있었다. 김 작가는 태화관의 역사, 위치의 장소성과 함께 이 사실도 파악해 책에 실었다.
김 작가는 "파킨슨병으로 요양 중인 송 선생은 태화관 철거 현장에서 민족대표 33인을 상징하는 주춧돌 34개, 건축에 필요한 목재, 기와 등 2.5t트럭 7대분을 매입해 금산면으로 실어왔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또 "철거 당시 태화관 건물은 유관순 열사와 함께 아우내 장터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건축가 강윤이 2층으로 재건축한 것이다. 건축계에서도 태화관 보전에 평생을 바친 강윤을 재조명 중"이라고 전했다. 태화관의 독립운동사적 가치가 더욱 높어질 수밖에 없는 스토리다.
태화관 터(왼쪽)와 탑골공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다목적 실용위성 3A호 촬영. '독도 호적자 1호'이기도 한 송재욱씨는 1980년께 태화관 철거 보도를 접하고 자재 일부를 사들여 동심원에 태화관을 재건하려고 했다. 건축 허가가 나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송씨가 구입한 태화관의 목재는 모두 썩어 땅에 묻혔고, 기와와 주춧돌 만이 부분 훼손된 채 남아있는 상태다.
태화관은 일제강점기 음식점으로 명월관 지점 건물이었다. 위치는 현 서울 종로구 인사동 태화빌딩 자리다. 민족대표 33인 중 29명은 1919년 3·1운동 당시 태화관에 모여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를 불렀다. 서울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지난 24, 25일 '돌의 귀환'을 개최했다. 조선총독부 건물에 쓰인 주춧돌인 '서울 돌'을 인사동 태화관터에 조성할 '3·1독립선언 광장'의 주춧돌로 삼아 식민의 아픈 역사를 극복하고 3·1독립운동을 기린다는 취지다.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과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오른쪽), 윤봉길 의사의 장손 윤주경 선생(왼쪽)이 24일 서울시청 로비에서 열린 '돌의 귀환' 행사에서 식민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서울 돌'에 손을 올리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창신동 채석장에서 채굴된 '서울 돌'은 조선총독부 건물에 쓰였던 것으로 식민의 아픈 역사를 극복하고, 3.1독립운동을 기리기 위해 종로구 인사동 태화관터에 조성될 '3.1 독립선언 광장'의 주춧돌로 쓰일 예정이다. 2019.02.24. photo@newsis.com suejeeq@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