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세, 민주당 대선 레이스 핫이슈로 부상

기사등록 2019/02/07 15:45:20

유권자 61%가 워런 의원의 부유세 구상 지지

【보스턴=AP/뉴시스】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매사추세츠 주 민주당 상원의원이 지난 12월 31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가운데,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1일 (현지시간) 진보진영을 대표해 2020년 대선에 나설 정치인 10인을 선정했다. 더힐은 워런 의원을 민주당의 5번째 유력 대선 주자로 뽑았다. 2019.1.2.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2020년 미국 대선 경선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야권 유력 주자들 사이에서 부유세 도입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부유세 논쟁은 민주당 내 중도 성향과 진보 성향 정치인을 구분짓는 초기 단층선(fault line) 역할을 하고 있다는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워런(메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유력 대선 주자 중 처음으로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워런 의원은 순자산 5000만 달러(약 562억원) 이상의 부자에게 연간 2%를, 순자산 1억 달러 이상의 억만장자에게는 3%를 재산세 형태로 부과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주) 상원의원은 상속세 인상 카드를 들고 나왔다. 샌더스 의원은 350만 달러(약 40억원) 이상 상속시 최고 77%의 상속세율을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정치 신예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하원의원은 가장 처음 부유세 논쟁을 불러 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지난 1월 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소득 1000만 달러(약 112억원) 이상의 '슈퍼 리치'들에게 최고 70%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소득세 형태의 부유세를 주장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2020년 대선 출마 예정자는 아니지만 자신에 대한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바탕으로 부유세 문제를 공론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처음에 그가 부유세를 제안했을 때 공화당원 뿐 아니라 많은 민주당원들도 소득세율 인상이 일자리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대선 주자들이 재산세 개편 등 대안을 내놓으면서 이같은 우려는 잦아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고위 경제 관료를 지낸 진 스펄링은 "공화당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지 않고 극단적인 자산가와 극단적인 고소득자를 타깃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5년, 10년, 20년 전보다 훨씬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은 부유세 도입에 비교적 우호적이다. 모닝컨설트서베이가 지난 4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61%, 민주당원의 74%가 워런 의원의 부유세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의 제안은 전체 유권자의 45%, 민주당원의 60%가 찬성해 선호도가 다소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지난 수십년간 중산층·저소득층의 소득이 고소득층에 비해 크게 늘지 않은 점과 억만장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한 것이 이같은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의 수석경제보좌관을 지낸 재러드 번스타인은 블룸버그에 "더이상 온건한 해법이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민주당 내에서 우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인 서민 계층 백인들도 부유세 인상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트리서치어소시에이츠의 제프 가린 대표는 "공화당은 부유한 사람들의 본거지에서 백인 근로자들의 본거지로 이동했다'며 "서민 백인 유권자들은 부자들이 납세 부담을 충분히 지지 않고 있다고 믿는다"고 분석했다.
【오마하=AP/뉴시스】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이 20일(현지시간)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민주당 소속 시장후보 히스 멜로 지지 연설을 하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2017.04.21


하지만 키어스틴 질리브랜드(뉴욕) 상원의원, 카말라 해리스(캘리포니아) 상원의원, 코리 부커(뉴저지) 상원의원 등 온건파 성향의 대선 주자들은 아직 다양한 이슈에 있어 자유주의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더 많은 온건파 인사들이 레이스에 입성하면 강경파가 주도하는 분위기는 바뀔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국정연설에서 야권의 부유세 도입 요구를 '사회주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에서 사회주의를 채택하라는 새로운 요구에 놀랐다"며 "미국은 정부의 강압과 지배가 아닌 자유와 독립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우리는 자유롭게 태어났고 자유롭게 남아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오늘밤 우리는 미국이 절대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을 새롭게 한다"고 다짐했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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