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보복판결?…법조계 "여당, 법치부정하나" 비난

기사등록 2019/01/31 16:58:25

민주당 "양승태 적폐사단의 조직적 저항" 비난

법조계, 사법부 양분화로 불신 조장 우려 제기

"재판 흔드는 것…심각한 사법 신뢰 훼손 행위"

변협 "사법부 독립 침해…법정서 다퉈야" 논평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 조작' 관련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19.01.30.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법조팀 =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된 이후 여당이 이를 사법부 적폐 세력의 보복 판결로 규정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이 법관 이력 등을 문제 삼아 적폐로 비난하는 행태는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전날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지사가 1심에서 법정구속되자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수사 과정이 순조롭지 못했고 김 지사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뚜렷치 않다는 평가여서 유죄 인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기 때문이다.

또 도정을 운영하는 현직 도지사라는 점이 고려되지 않은 것도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2016년 '성완종 리스트' 관련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지만 현직 지자체장인 점을 감안해 법정구속되지 않았다.

이때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최악의 판결", "양승태 적폐사단의 조직적 저항", "보신과 보복의 수단"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판결을 한 성창호 부장판사가 과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비서실 등 근무 경력이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적폐로 규정짓고 비난했다. 김 지사 측이 전날 선고 직후 문제제기를 한 것과 같은 취지다.

 또 민주당은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번 판결을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재판으로 규정하고 인적청산과 법관 탄핵 등으로 정면대응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여당의 이 같은 반응에 법조계에서는 사법부를 양분화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등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정되지 않은 1심 판결을 두고 여당에서 과다하게 날을 세우면서 정쟁의 대상으로 만들고 여론을 조장해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적폐사단이라는 식으로 편을 가르는 것은 부적절하고 보복이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며 "판결은 판사가 소신껏 기록에 따라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건과 달리 이번 판결에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고 재판을 흔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가 '김경수 법정구속'에 대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1.31. jc4321@newsis.com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사법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법치의 생명은 누가 재판을 하든 같은 판결이 나온다는 신뢰에 있다. 여당이 근거없이 법원 판단이나 재판장을 비난하면 이런 믿음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진녕 법무법인의 이경 변호사는 "여당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니까 '양승태 사단'을 붙여 판사를 탄핵하자는 것인데 헌법수호 의지가 과연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판 절차를 거쳐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하지 법관 신상 등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헌법이 정한 사법부의 독립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판결에 불복할 경우 당사자가 법정에서 다퉈야하며, 법정 밖 목소리가 커질 경우 향후 재판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 지사가 항소한 가운데 2심에서 법리공방을 해야 할 문제가 여론 재판이 될 수 있고, 항소심 재판부가 갖게 될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김 지사의 1심 판결을 한 판사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4만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하지만 헌법상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닌 한 파면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법치주의 국가에서 헌법상 독립된 재판권을 가진 법관의 과거 근무경력을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자칫 사법부와 법관이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돼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고 결국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판결에 대한 불복은 소송법에 따라 항소심에서 치열한 논리와 증거로 다퉈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의 변호사단체인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도 "집권여당이 '보복성 재판', '인적 청산' 등을 운운하고 있는 것은 삼권분립을 명백히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태"라며 "사법부 내 자신들에게 협조하거나 동조하지 않은 법관들을 직간접적으로 위협하는 사법부 독립의 침해행위"라고 지적했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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