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文세력 입지 약화로 박원순 활동반경 넓어진 측면 있어
친문위기 속 "박원순 중립지역서 외연확대 유일하게 가능"
일단 박 시장에게 불리한 국면은 아니지만, 박 시장 측은 여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힘든 상황인 만큼 그 같은 해석에 대해 극히 경계하고 있다.
사실 김 지사의 법정구속과 실형선고는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문세력에게는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이다. 친문재인계 적자인 김 지사가 드루킹 댓글공작에 가담했다는 1심 법원 판결은 현 정권 정통성 자체에 치명상을 입힐 만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친문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 역시 김 지사 구속의 책임을 나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안에서 친문세력의 입지가 좁아질수록 박 시장의 활동반경은 넓어질 수 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날선 비판을 했다가 이후 친문세력으로부터 지속적인 견제를 받아왔다.
이번달 2일 서울시 시무식에서 박 시장이 등장할 때 문 대통령 헌정곡 '미스터 프레지던트(MR. President)'가 흘러나오자 친문세력을 중심으로 집중포화가 쏟아진 것은 박 시장에 대한 친문세력의 시선을 대변한다.
아울러 법원 판결로 인해 박 시장이 당내 세력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김경수 지사까지 잇따라 낙마하면서 박 시장의 당내 경쟁자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전국 각 지역구의 후보자들은 당내 유력주자와의 관계를 과시하며 선거운동을 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박 시장에게 접근하는 후보들이 늘어나면 박 시장은 짧은 시간 안에 당내 유력자로 부각될 수 있다.
향후 대권경쟁구도에 있어서도 박 시장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박 시장보다 지지율이 높은 이낙연 국무총리는 문 대통령과 정치적 명운을 함께 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총리의 높은 지지율이 문 대통령 후광효과에 의한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국민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정부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층에서는 이 총리 31.2%, 박 시장 14.9%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김 지사 구속으로 인한 야권의 공세가 문 대통령에 집중될수록 이 총리의 지지율 역시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박 시장은 반사이익을 누리며 지지율 역전을 꾀할 수 있다.
박 시장의 당내 입지 확대는 민주당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친문세력에 대한 공세가 강화될수록 민주당 전체에 대한 지지가 약화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박 시장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여권 재편과정에서 박 시장이 자칫 당내 분위기를 잘못 읽거나 실책을 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여전히 막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친문진영이 박 시장의 행보에 불쾌감을 표하며 언제든 이 총리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나아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다른 인사에게 지지세를 몰아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박 시장과 측근들은 이번 김 지사 구속에 상당히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장 박 시장은 "김경수 지사의 양심과 인품을 굳게 신뢰하며 남은 재판에서 의연하게 진실을 밝혀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 시장의 한 측근도 "전체적으로 여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이런저런 정치적 타격을 받고 있다. 그것은 박 시장에게도 유리하지 않다"며 "진영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고 당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높을 때 어느 후보든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력 인사들이 뜻하지 않은 엉뚱한 사안으로 몰락하면 당에 대한 신뢰 자체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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