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사태 선포 안해…9일 의회 지도부 초대
"민주당, 정치적 반대…45분 만에 셧다운 풀 수 있어"
"인도주의·마음·영혼의 위기…수천명 목숨 잃을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국경 안보와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가졌다. 이날 연설은 CBS, CNN 등 주요 방송사들에 의해 생중계됐다.
그는 "국경을 지키는 요원들은 매일 우리나라로 들어오려고 하는 수천명의 불법 이민자들과 마주친다"며 "우리는 그들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고 신속하게 그들의 나라로 돌려보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수백만의 합법적 이민자들을 환영하지만 모든 미국인들은 통제되지 않는 불법 이민에 의해 피해를 입고 있다"며 "불법 이민자들은 공공자원에 무리를 주고 일자리와 임금 수준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들은 아프리카계와 라틴계 미국인들"이라며 "남부 국경을 통해 헤로인, 코카인 등 많은 마약들도 밀반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주 300명 이상의 시민들이 헤로인에 의해 사망하는데 이중 90%가 남부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것"이라며 "올해 마약으로 인해 사망한 미국인이 베트남 전쟁 때의 사망자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 2년 동안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26만6000명의 전과 이민자들을 체포했다"며 "이들 중 10만명은 폭행 혐의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고 3만명은 성범죄자, 4000명은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년 동안 수천명의 미국인들은 불법 입국한 사람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됐다"며 "우리가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수천명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것은 인도주의적 위기, 마음의 위기, 영혼의 위기(humanitarian crisis, a crisis of the heart and a crisis of the soul)"라며 감성적으로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또 어린이들이 불법적으로 국경에 끌려 들어온다고 지적했다. 단 최근 국경에서 억류돼 사망한 아이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만명의 이주 아이들이 불법으로 미국으로 끌려 들어왔다"며 "이 아이들은 잔인한 폭력단에 의해 인간 노리개로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 3명 중 1명은 멕시코 국경을 넘다가 성폭행을 당한다. 여성과 아이들이 우리의 붕괴된 시스템에서 가장 큰 희생자"라며 "이것이 내가 끝내기로 결심한, 우리 남쪽 국경에서 벌어지는 불법 이민의 비극적 현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가들은 장벽을 위해 57억 달러(약 6조3891억원)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민주당의 요구대로 장벽은 콘크리트보다는 강철 장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과거 국경 장벽을 지지했지만 자신이 대통령이 된 이후 마음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과거 많은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여러 차례 장벽을 지지했다"며 "하지만 내가 당선된 후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우리의 용감한 국경 수비대원들에게 우리 가족과 나라를 보호하는 데 절실히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했다"며 "연방정부는 민주당이 국경 안보 자금을 조달하지 않겠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문을 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셧다운 사태 해결을 위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진 않았으며 민주당과의 협상을 강조했다. 그는 "유일한 해결책은 국경 안보 자금을 담은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며 "이 상황은 45분간의 회의에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을 끝내기 위해 내일(9일) 백악관에 의회 지도부를 초대했다"며 "국가 안보를 위해 당리당략을 초월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장벽이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럼 왜 부유한 정치인들이 집 주변에 벽, 울타리, 문을 만들겠냐"며 "외부의 사람들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내부의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벽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중한 삶은 매일매일 우리 국경을 침범한 사람들에 의해 줄어들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에서 한 공군 참전용사가 전과가 있는 불법 체류 외국인에 의해 강간당하고 살해되고 두들겨 맞았다. 조지아주에서는 한 불법 이민자가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메릴랜드주에서는 MS13 갱조직이 16세 소녀를 찌르고 구타한 후 구속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몇 년 동안 불법 이민자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도둑맞은 수십명의 가족들을 만났다. 너무 슬프고 끔찍하다"며 "그들의 눈에 있던 고통, 떨림, 영혼을 사로잡는 슬픔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의회가 일을 하기 전 얼마나 더 많은 미국인이 피를 흘려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국경 장벽 반대론자들을 향해 "당신의 아이, 남편, 아내가 잔인하게 산산조각나서 망가진 삶을 살고 있다고 상상해보라"고 경고하며 "의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지금 이 위기를 종식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옳고 그름의 선택, 정의와 불의 사이의 선택"이라며 "나는 대통령에 취임하며 우리나라를 지킬 것을 맹세했고, 내가 하는 일은 항상 신께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연설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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