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서 두 다리·오른손 잃은 참전용사 주도
예상밖 큰 호응…사흘만에 3만4000여명 기부
모금사이트 '고펀드미' 통해 10억달러 목표
【로스앤젤레스=뉴시스】 류강훈 기자 = 미국 의회에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예산 편성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전에서 한쪽 손과 두 다리를 잃은 참전용사가 장벽건설비 지원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플로리다주에 사는 이라크전 참전군인 브라이언 콜페이지(37)가 그 주인공이다. 국경장벽 건설비 모금운동과 함께 몸의 일부가 잘려나가는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힘차게 살아가는 그의 스토리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기부금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를 통해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지 사흘만에 200만달러(약 22억6000만원) 이상을 모았다고 폭스뉴스와 ABC뉴스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콜페이지는 모금운동에 나선 동기에 대해 "장벽건설 예산 논란에 관한 보도를 접한 뒤 미국시민으로서 장벽건설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미래의 세대에 모두 물려줘야 한다"면서 "그러나 너무 많은 미국인들이 불법체류 외국인들에 의해 살해돼왔고, 너무 많은 불법체류자들이 우리 사회에 전혀 기여하지 않으면서 미국 납세자들이 낸 혈세를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름대로 불법이민자의 월경을 막기 위한 국경장벽의 필요성을 얘기한 것이다.
콜페이지가 주도하고 있는 모금 캠페인은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을 얻으며 사흘만에 3만4000여명의 기부자들로부터 200만달러 이상을 모았다. 콜페이지의 목표액은 10억달러이다. 10억달러는 고펀드미 사이트의 모금 상한액이며, 그는 상한액을 더 늘리도록 노력하고 있다.
콜페이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6300만명이 1인당 80달러씩 기부한다면 50억달러를 모금할 수 있다"고 말했다. 50억달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9회계연도 예산에 국경장벽 건설비로 편성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던 액수이다.
그는 "캠페인을 통해 국경장벽 건설비의 상당 부분을 댈 수 있다면 건설작업은 힘을 받아 곧바로 시작하게 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로부터 어렵게 얻어내야 하는 돈의 액수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장벽 건설비 모금 캠페인은 콜페이지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9월 전미셰리프협회가 웹사이트를 만들어 12월 중순까지 16만달러를 모았다.
미 공군으로 지난 2004년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콜페이지는 발라드 공군기지를 공격한 107mm 로켓포의 파편에 두 다리와 오른손이 잘려나가는 치명적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애리조나주 공군기지의 보안 매니저로 몇년 더 복무했고, 전역 후 애리조나 주립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콜페이지는 결혼해 아들과 딸을 두고 있으며, 지금은 그의 경험을 전하며 대중에게 용기를 주는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전쟁터에서 입은 심각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살아돌아온 그의 스토리는 폭스뉴스를 통해서도 몇차례 소개된 바 있다.
미국시민들이 정부를 위해 기부하거나 크라우드 펀딩에 나서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 창업자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워싱턴의 링컨 기념관과 워싱턴 모뉴먼트 개선을 위해 국립공원관리국에 1800만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주목할만한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은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받침대 건립을 위한 모금이 첫손에 꼽힌다.
이 모금운동은 현대 저널리즘의창시자이자 '퓰리처상' 제정으로 유명한 조지프 퓰리처가 지난 1885년 3월 자신이 운영한 신문 '뉴욕 월드'를 통해 주도했다.
당시 퓰리처는 "백만장자들이 우리에게 돈을 주기를 기다리지 말자"고 호소하며 모금운동을 독려했고, 10만달러 이상 모으는 성과를 거뒀다. 이 액수는 대부분 1달러 미만의 기부금들로 이루어진 진정한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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