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예산 파행' 회동 결렬…공전 불가피

기사등록 2018/11/27 18:35:28

홍영표·김성태 오후 물밑 접촉…정무수석·기재2차관 동석

김성태 "펑크 나도 수정예산 제출 안해…국가 살림 파행"

홍영표 "예산소위 정상화 안 하면 어떤 요구도 안 받을 것"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회동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1.27.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준호 이재은 정윤아 한주홍 기자 = '세수결손 4조원'을 둘러싼 극심한 정쟁으로 예산 심사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두 원내대표가 물밑 접촉을 시도했으나 절충점을 찾는 데에는 또 실패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오후 비공개 회동을 갖고 예산심사 쟁점 등을 조율했다.

이날 비공개 회동은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과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동석해 오후 4시23분부터 4시49분까지 홍 원내대표 집무실에서 이뤄졌지만 한 시간도 안 돼 협상이 결렬됐다.
 
김 원내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세수결손에 펑크가 나는 합리적 사유가 발생해서 수정예산을 국회에 제출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데 그걸 국회 부담으로 다 전가시키고 있다"며 "그걸 인정하려면 하고, 말라면 말라는 식의 헌정 역사상 청와대·정부가 이렇게 국가 살림을 파행시키는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수 결손 대책에 대한 정부측의 입장 정리가 명확하게 이뤄져야만 야당도 정부예산 편성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야당 입장에선 4조 세수 결손에 대한 근본적인 향후 대책을 가져와야만 심의할 수 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가 나라예산 470조 글자판 앞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8.11.27.jc4321@newsis.com
김 원내대표는 "야당으로서는 지금 1분1초가 시급하기 때문에 빨리 예산안조정소위가 좀 정상화되길 바라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준예산'까지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만약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다면 정부는 사상 초유의 전례 없는 준예산 편성을 검토해야 한다.

홍 원내대표는 야당의 예산심사 과정을 "발목잡기"에 빗대어 "정말 이런 식으로 하는 것에 대해 화가 난다"며 "국민을 위한 예산심사인지, 아니면 당리당략을 위해서 하는건지 모를 정도로 이렇게 운영하는 것에 대해 이제는 정말 인내심의 한계가 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에 대해 압박을 하는 이런 방식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야당은 헌법에 정해진 시한을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다.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예산심사소위를 정상화시켜놓고 이야기하자고 했지만 이제 예산심사소위를 파행으로 만들고 압박만 하면 정부·여당에 대한 크고 작은 어떠한 요구도 받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4조원 세수결손(세입변동) 해법과 관련해선 "일단 예산결산심사소위에서 심사를 끝낸 뒤에 부족한 문제를 논의하면 된다"며 "올해는 30조 가까운 세수초과분이 있어서 그걸 활용해서 해결할 방안이 있다. 그런데 무조건 예산심사를 중단시켜놓고 대책 내놓으라는 것은 아주 상투적이고, 습관적으로 중단시키는 건 문제있다"고 성토했다.

김용진 기재부 차관은 협상이 결렬된 후 기자들에게 "정부 대책 마련은 한계가 있다"며 "지금은 감액, 증액을 한꺼번에 봐야지. 지금은 (대책이)나올 단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예산소위 대신 소(小)소위에서 예산안의 증·감액을 결정하는 방안에 대해선 "제가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한병도 정무수석은 예산 관련 협조를 구하러 온 거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나는 일과 관련된 이야기는 안 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2018.11.27.jc4321@newsis.com
앞서 이날 오전에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산안조정소위 파행을 정상화하기 위해 여야 교섭단체 간사회동이 열렸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이날 회동에 참석하자마자 정부 측을 향해 '세수 결손 4조원' 관련 대안이 없으면 심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퇴장했다.

예결위 조정소위에서 세수 결손 4조원 공방은 지난 21일부터 시작됐다. 정부 측에서 유류세 인하, 부가가치세 4%p 인하, 지방소비세 4%p 인상 등으로 총 4조원 상당의 세입 부족분이 생겼다고 설명한 이후부터다.

야당은 이에 강력 항의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26일 정부가 대책안을 내놓았으나 야당은 국채 발행으로 메우려는 것은 안된다,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라며 심사 중단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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