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고영한 잇따라 불러 집중 조사
혐의 방대해 이번주도 조사 계속 진행
혐의 부인…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검토
양승태 前대법원장 다음달께 소환 전망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23일에 이어 24일에도 고영한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고 전 대법관의 전임자인 박병대 전 대법관도 지난 19일 처음으로 공개 소환된 이후 지난 20일과 22일에 연속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을 지휘하는 법원행정처장으로서 재판 개입과 법관 사찰 등 각종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전직 대법관 중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을 공개적으로 포토라인에 세운 것도 그 관여 정도나 혐의를 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2년간 처장을 맡았고, 그 뒤를 이은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처장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 이들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전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정당한 업무였다'는 등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 출석 전 취재진과 만나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 사심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또 법원행정처 실장급이나 실무부서에서 알아서 처리하도록 했고, 그 책임은 실장급 법관에게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행정처 의견을 전달했을 뿐 이를 바꾸도록 강압한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고 전 대법관 역시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사실상 혐의 전부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을 이번주에도 잇따라 불러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들 혐의가 방대하고 각종 의혹의 '윗선'으로 양 전 대법원장과 연결돼 있는 만큼 그 경위와 내용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사 내용을 분석한 뒤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첫 법원행정처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은 지난 7일에 비공개 조사했다. 차 전 대법관은 강제징용 소송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에 연루돼 있으나 시기적으로 그 관여 정도가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사건과 연루된 것으로 거론되는 전·현직 대법관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전·현직 대법관들의 관여 정도 및 신분 등을 고려해 적절한 방법으로 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인복 전 대법관과 권순일·이동원·노정희 현 대법관 등이 조사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2015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조작 사건의 상고심 주심이었던 민일영 전 대법관은 이미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대법관들의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정점'으로 지목되는 양 전 대법원장 소환이 진행될 전망이다. 실무진부터 윗선인 법원행정처장들까지 모두 조사가 된 상황에서 최고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 조사가 다음달에는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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