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군, 지역구 의원 명의로 수백명에게 사과 보내
경찰 내사 착수에 검찰서 일괄 송치 요구…"이례적"
경찰 확보한 진술 증거 채택도 안 하고 불기소 처분
울산청장 "검사가 봐주려는 의도…굉장히 부당한듯"
경찰청장 "의구심 들어…문제있는지 다시 살피겠다"
행안부장관 "법무부장관에 단호한 지휘 요청할 것"
이 사건은 지난 2013년 설과 추석 즈음에 경북 청송군이 당시 지역구 의원인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이름으로 사과 295박스를 유력 정치인과 지인들에게 선물로 보냈고, 비용 1373만원을 군예산으로 충당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2017년 초 한동수 전 청송군수 뇌물 사건을 수사하던 중 김 의원 명의의 사과 택배가 대량 발송된 내역을 발견해 내사에 착수했다. 당시 김 의원은 "내 이름으로 보내진 것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은 같은 해 9월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검찰은 올해 1월 한 전 군수의 사과 값 대납 행위를 '지역 특산물 홍보' 활동이라고 판단해 불기소처분했다.
이 과정이 여러모로 미심쩍다며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군수로부터 "김 의원 측에 사과 발송을 제안해 보좌관으로부터 발송자 명단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그럼에도 검찰은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2번이나 반려했다. 또 경찰 내사 도중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한 일괄 송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는 횡령 및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라며 "국민이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사건이고, 검찰의 부당한 수사 종결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지난달 26일 경북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이 같은 모습이 석연치 않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황 청장은 김 의원이 "검찰이 경찰 수사 중에 사건을 일괄 송치하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나"라고 묻자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이 "주로 검사 비위 사실이나 검사가 개입된 사건에 대해서는 종종 하지 않나"라고 질문하자 "그런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또 "(검사의 일괄 송치 요구는) 특별할 때 아닌가"는 질문에 "아주 드물다"고 수긍했다.
황 청장은 경찰이 뇌물 공여자 진술을 확보했는데도 영장이 2번 반려된 것에 대해 "(담당 수사관이) 공정한 판단이라고 보지 않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담당 검사는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던 증거물 확보 과정에서 강압수사가 있었다는 등의 이유로 도리어 경찰 수사팀 조사에 나서기도 했고, 경찰이 제출한 공여자 진술 녹취록을 증거로 채택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담당 수사관이) '검사가 봐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수사를 방해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면서 "굉장히 부당해보인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재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행정안전위 종합감사에서 김 의원이 "청송군 사과 값 대납 사건에 대해 검찰 불기소 사유부터 수사진행 과정이 정상적이라고 느꼈느냐"고 묻자 민 청장은 "보고를 받으면서 통상의 사건과는 다른 면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고 있다"라며 "검사의 결정이 내려진 사안이지만 다시 저희가 문제가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보겠다"고 답변했다.
민 청장은 또 "경찰은 검찰의 결정에 대해 사실관계를 조사할 방법이 없고 법적인 한계도 있다. 이런 사건만 보더라도 수사 구조가 매우 잘못돼있다"라며 "영장청구권을 검찰이 독점하는 현 구조에서는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 현 법제 안에서는 해소될 길이 없으므로 수사권 조정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으로까지 비화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여러 세력들 간에 이런 일이 만연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법무부장관에게 이런 식의 검찰권 행사가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서 이 문제에 관한 단호한 지휘를 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무부에서도 최근 재수사 지휘 여부 검토에 공식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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