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양심적 병역거부' 정당 판결
헌법상 양심의 자유 보호…"절박하고 구체적인 것"
소극적 양심 실현의 자유 "병역 강요, 과도한 제한"
신념, 삶 전부에 영향력…"깊고 진실한지 심사해야"
"진정한 양심의 존재, 심사 불가능" 반대 의견도
특히 대법원은 사람의 삶 전부에 영향력이 미치는 것으로 그 신념이 확고하고 진실한 것인지 '양심'을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다만 대법원이 제시한 양심의 기준은 입증이 쉽지 않는 추상적 관념이어서 향후 논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법원은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19조에 근거해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는 것이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니며, 서로 다른 자유를 인정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때 양심은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가치적·도덕적 마음가짐'을 뜻하며,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되는 윤리적 내심의 영역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 같은 행동을 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대법원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것은 스스로 양심을 적극 표출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의무를 부과한 것에 소극적으로 응하지 않은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라고 구분했다.
이들이 헌법에서 규정한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이를 받아들였을 경우 스스로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될 수 있다고 보고 어떠한 제재도 감수하겠다고 하는 상황에 근거해서다. 그에 따라 형사처벌 등 제재를 통해 군사훈련을 받는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이들의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나 위협이 된다고 봤다.
특히 병역 기피 수단으로 오남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병역 거부 사유로 제시하는 양심이 그 사람의 삶 전체에 녹아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인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고 진실해야 하며, 이는 그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잡은 것으로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며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말하는 그 신념에 거짓이 없어야 하고 상황에 따라 타협하지 않아야 하며,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각각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심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만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일례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을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양심'을 판단하는 데 있어 그 심사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우려도 있어 향후 논란이 될 여지가 남아 있다. 이날 대법원이 판결을 내렸지만 구체적 기준이 없어 각 법원별로 '고무줄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 의견을 낸 대법관 4명도 병역 거부 사유인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즉, 다수 의견이 제시한 사정들로는 형사소송법상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하고 완전한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소영·이기택 대법관은 "이르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19세부터 입영처분을 받는데 과연 그때까지 학교생활 외에 양심에 관해 외부로 드러낼 사항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기 어렵다"고 했고, 조희대·박상옥 대법관은 "특정 종교의 독실한 신도 여부를 가려내는 기준이 될 수 있을 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려내는 기준이 될 수는 없으며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반박했다.
ak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