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한국과, 한달째 철야 근무…대응카드 마련
관계자들 "일본의 결전 의지 느껴질 정도"
“한국 정부 대응 너무 안일” 지적도
일본의 내부 분위기를 접한 관계자들은 “결전의 의지마저 느껴질 정도”라고 전했다.
집권 자민당의 외교부회 소속 의원들은 31일 회의를 갖고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 회의는 정례 회의로 지난달 25~27일 있었던 아베 총리의 중국 방문이 당초 의제였다.
그러나 회의는 아베 총리의 요청으로 한국 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회의에서는 “한국과 정상적인 국가관계가 가능하겠는가"라는 말이 오갈 정도의 격한 분위기 속에서 정부에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발언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은 이 회의에서 한일 청구권협정에 근거한 양국 및 제3국으로 구성된 '중재위원회'를 활용할 것을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1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외교부회의 한 간부는 "(일본)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대법원 판결 직후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상에게 격한 어조로 “제대로 대응하라”고 지시했고, 고노 외무상은 이수훈 주일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노 외무상은 이 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이 대사에게 악수마저 건네지 않았으며 이것은 아베 총리의 격노한 감정을 한국 측에 그대로 전하기 위한 의도된 행동일 수도 있다고 일본 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고노 외무상의 항의를 받은 이 대사는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원론적인 한국측 입장을 설명했으나 고노 외무상은 “이 대사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지듯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대사는 ”한국 정부가 대법원 판결 이후의 후속 조치를 정부 차원에서 강구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에 대해 고노 외상은 굳은 표정으로 “일단 기다려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노 외무상은 이 대사 초치 다음날인 31일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전화통화했으나 이 대사와의 면담 때와 같은 내용을 들은 후, 통화내용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한국 정부 내에서 대응을 협의하고 있다고 하니 결정을 기다려 볼 것"이라고 답했다.
일본의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 외교부와 주일 대사관이 청와대의 방침을 그대로 전하는 듯한 발언만 할 뿐 문제 해결을 위한 속깊은 대화나 진지한 노력이 없어 일본 정부가 답답해한다”면서 “대법원 판결은 오래 전에 예견된 일인데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의 악화를 의도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안일하게 대처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게다가 한일 간에 막후 채널마저 전무하다시피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실제 실행 여부와 관계없이 다양하고 구체적인 대응책들을 마련해 오고 있으며, 한국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를 지켜본 뒤 일본 기업들이 실제로 피해를 입게 되는 순간부터 대응책들이 단계적으로 실행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마이니치신문은 1일 일본 정부가 소송 기업들에게 설명회를 열어 "배상금 지불 및 화해에 응하지 말라고 요청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이 실제로 대응조치에 들어갈 경우 한일 관계의 악화 속도와 범위는 예상을 뛰어넘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양국 간에 제어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에서는 기존의 혐한 분위기에다 한국의 거듭되는 과거사 문제 제기로 인해 지한파 인사들의 목소리가 사그라들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문재인 정부 이후 고조되는 반일 감정으로 자칫 친일파로 몰릴 우려 때문에 지일파 인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지적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일본 정부가 북한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의 급변 상황에서 한국과의 심각한 관계 악화를 원치 않기 때문에 준비한 강경 카드들을 실제로 집행하는 데는 매우 신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유력하다.
yunch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