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 사상 첫 7억원 돌파
노무현정부 5년간 서울 아파트값 56.4% 상승
盧정부때 폭등한 강남집값…문재인정부 판박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투기와의 전쟁'에만 올인
"하늘이 두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 (2005년 7월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부터 집값을 잡겠다며 각종 부동산 규제 대책을 발표했지만 서울 집값은 잡히기는 커녕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5일 부동산 114에 따르면 8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57% 올라 지난 2월 첫째주에 이어 다시한번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152.3(범위 0~200)을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 열기가 뜨거웠던 2006년 11월 첫째주 157.4 이후 12년여만에 최고치다. 지수가 높을수록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에 집을 팔 수 있다는 의미인데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7억원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후 지금까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모두 세 차례.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11.8%나 올랐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노무현 정부때의 실패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때와 비슷한 정책에 시장상황도 녹록지 않아서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임기 첫해인 2003년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10·29대책을 시작으로 2004년을 제외한 나머지 4년간 12번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행 초기에만 가격 오름세가 꺾였다가 다시 치솟았고 임기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56.4%나 상승했다.
◇盧정부때 폭등한 강남 집값…문재인 정부도 판박이
특히 강남 집값은 200% 이상 뛰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1월 서울 강남 압구정동 현대1차 아파트 가격(54평)은 8억9000만원이었으나 임기말인 2007년 12월 22억500만원으로 13억원 이상 뛰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34평)는 같은기간 5억6000만원에서 12억2500만원으로 6억6500만원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는 9억8000만원에서 19억4500만원으로 10억원 가까이 올랐다.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결국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
문제는 참여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뉴시스가 지난해 8.2 대책 전·후 강남4구 아파트 중위가격을 비교·분석한 결과 대책이후 강남 집값 상승률이 6배 가량 높아졌다. 중위가격은 아파트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구 중위 매매가격은 8.2대책을 발표한 지난해 8월 약 8억9000만원에서 올해 7월 11억3000만원으로 1년만에 약 2억4000만원이 올랐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7억1000만원~18억6500만원에 거래된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 119㎡는 최근 5억원 이상 넘게 뛴 23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2016년 7월에는 17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곳이다. 대책 발표전에는 가격이 정체돼 있었는데 대책 발표후 급격하게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도 4억~5억원이 올랐다. 지난해 7월 약 16억4000만~17억4000만원에 거래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5㎡는 최근 2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2016년 7월 14억5000만~15억6000만원에 거래된 곳으로 대책 발표후 가격 상승률이 최소 2배 이상 뛰었다.
◇강남발 '투기와의 전쟁' 올인했지만…
최근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또다시 '투기꾼'이 원인임을 지목하면서 8개월 전 발표했던 대책(임대등록 사업자 세제 혜택)을 뒤집는 행보를 보였다.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투기와의 전쟁'에 올인한 문재인 정부이지만 오히려 집값만 올려놓은채 참여정부의 시행착오를 답습한 꼴이 됐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의 주범을 투기꾼으로만 지목하고 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매물 잠김 문제는 집주인들이 임대주택을 최장 8년 보유하면서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주택공급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종부세 강화 검토와 함께 공급 확대를 정부측에 재차 요청하는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을 꺼내들긴 했지만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규제를 풀어 부동산개발 등으로 집값이 오르게 되면 자칫 현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집값이 내년 상반기까지 오를 전망"이라며 "가격이 오르고 내리고를 떠나 정책 기조,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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