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차관급 무역협상, 선언적 공동성명에 그칠 듯"블룸버그통신

기사등록 2018/08/23 09:44:51

트럼프, 경제 호조 자신감에 강공 기조 유지

미 행정부 내 비둘기파-매파 이견조율도 관건

【찰스턴(미 웨스트 버지니아주)=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웨스트 버지니아주 찰스턴의 시빅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검열을 가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말하는 "가짜 뉴스"와 함께 사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2018.8.22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미국과 중국이 23일부터 추가로 16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25%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예정인 가운데 양국은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이틀 일정의 차관급 회담을 시작했다.

 전 세계 시장은 주요2개국(G2)이 이번 협상을 통해 그동안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아온 무역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2(현지시간) 이번 미중 무역협상의 성패는 양국 간 입장차 해소 뿐 아니라 미중 무역갈등 해법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 이견 조율이 주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무역갈등 해소 방안과 관련해 ‘비둘기파’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매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간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번 미중 차관급 협상은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과 데이비드 말파스 미국 재무부 차관이 각각 대표로 나온다. 미중 대표가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은 지난 6월 초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베이징에서 회동한 이후 80여 일 만이다.

 양국은 미중 협상 기간의 한 가운데인 23일 00시 01분(미 동부시간)기해 각각 16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

 이번 미중 차관급 회담에서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와 무역 불균형 해소, 환율 조작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미중 차관급 회담은 “생산적인 논의(productive discussions)”를 계속하자는 정도의 선언적 메시지를 담은 공동성명을 내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미중 무역협상 재개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중국과의 “시간표를 정해둔 게 없다. 나는 먼 시야를 가지고 있다(I have a long horizon)”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조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의 환율 문제를 다시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이 그들의 통화를 조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협상 재개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이처럼 대중 공세를 강화한 배경은 그동안 미중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는 사상 최장의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견조한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흔들리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중국에 대한 강공을 이어가는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가 7월 15일~18일(현지시간)까지 나흘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5%를 기록했다. 취임 후 최고치이자 6월에서 1%p 오른 것이다.

【베이징=AP/뉴시스】1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중국어판은 미중 무역전은 시진핑 지도부를 진퇴양난의 국면에 빠뜨렸다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지난달 6일 정식 개시된 이후 중국 관영 언론 매체들이 무역전에 대해 최대한 신중하고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21일 시 주석이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피터 오닐 파푸아뉴기니 총리를 기다리고 있다. 2018.08.13
응답자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가장 후한 평가를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한 응답자는 50%를 기록했다. 이는 WSJ/NBC의 역대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22일 켄터키 주의 한 알루미늄 공장에서 행한 연설에서 “만일 당신이 누군가와 맞대결을 해야 한다면 지금이야 말로 호기”라고 말했다. 로스 장관은 지난달 30일 워싱턴에서 미국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인도·태평양 비즈니스포럼에서는 “미국의 실업률이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과의 무역분쟁에서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단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 환경이 바람직하게 조성돼 있다”라고 주장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무역갈등 해소 방안과 관련해 ‘비둘기파’와 ‘매파’로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대중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818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발효시켰다. 이어 23일부터 16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대중 무역공세의 배후에 라이트하이저가 있다고 전했다. USTR은 이번 주 2000억 달러 규모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와 관련된 공청회를 개최한다.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의 애널리스트인 메이 신유(梅新育)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 상무부가 재무부보다 강성이다. 그런데 USTR은 상무부보다 더 강성”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중 차관급 협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월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 제기했던 140여개의 특정 요구사항과 관련된 논의에 주안점이 주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매스터카드와 비자카드 등의 중국 지불시장 참여와 JP모건의 중국증시 합작투자 참여사업 승인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기준 3750억 달러 규모인 대중 무역적자를 2020년까지 2000억 달러 줄이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중국 정부관계자들은 미국 측의 요구사항들 중 3분의 2 정도는 승인을 하거나 논의를 할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는 중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등 중국의 안보 문제와 관련된 사안이라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 재무부가 이번 미중 차관급 협상에서 완화된 내용의 요구안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재무부의 수정 요구안은 트럼프 행정부 내 다른 부처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어 협상 테이블에 올려질지 불확실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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