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남궁훈 신한리츠운용 대표 "外人·기관·고액 자산가들만의 리그...리츠 대중화로 깰 것"

기사등록 2018/08/19 11:30:05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남궁훈 신한리츠운용 대표이사가 서울 종로 신한리츠운용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8.19.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여기서 보이는 고층 빌딩 상당수가 해외 자본, 연기금들이 소유했습니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인 이들은 경쟁적으로 건물 가격을 올린 후 2~3년 내에 파는 행태가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죠. 과실은 모두 그들이 챙기고 개인들은 소외된 채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리츠 대중화가 시급합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 한복판에 위치한 그랑서울빌딩 18층 본사에서 만난 남궁훈(57) 신한리츠운용 대표는 벽면을 가득 채운 창밖으로 보이는 고층 건물들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남궁 대표는 돈을 어떻게 많이 벌 것인가에 대해 역량을 집중하는 대다수 금융투자업계 대표들과 결이 달랐다. 작년 10월 출범한 신한리츠운용의 초대 사장으로서 최근 성공적으로 첫 상품 '신한알파리츠'를 데뷔시킨 그는 자사의 상품 경쟁력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리츠 시장에 많은 경쟁사가 들어와 리츠 시장을 키우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며 리츠의 사회적 의미를 알리는 전도사를 자처했다. 특히 그는 리츠를 통해 부동산 자산 양극화 등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이 낳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남달랐다.

남궁 대표는 "외국계 자본들이 1997년 외환위기 시절 헐값으로 나온 국내 빌딩들을 해외 자본들이 사들여 엄청난 차익을 낸 데 이어 후에는 고액 자산가, 연기금 금융투자사 등 기관까지 가세한 가운데 일반 개인들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다"며 "커피 한 잔 값만 있어도 건물주가 될 수 있는 리츠는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부동산 자산 양극화 등을 완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사회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에 나온 리츠의 기초자산이 주로 오피스빌딩, 주택에 편중돼 있지만 리테일, 의료시설, 공장, 물류창고, 호텔 등으로 저변이 넓어진다면 부동산 전반의 가격을 안정화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 저금리로 풀린 시중 자금이 부동산 직접 투자로 몰리며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부채질한 상황이다. 그는 또 리츠는 증시에 상장된 만큼 지금까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던 건물 임대료, 관리비 등이 공시돼 부동산 시장을 투명화하는 데도 일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리츠 시장이 커지면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갈등으로 불필요하게 지불해야 했던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남궁 대표는 "월세 받아 편하게 사는 것이 최고라 해서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표현까지 모자라 최근에는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건물주가 자신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갓(God)물주'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며 "세입자가 리츠 투자를 통해 자신들이 세 들어 있는 건물의 주주가 되거나 다수의 투자자가 건물주가 된다면 임대료, 관리비 등에서 건물주의 일방적인 횡포도 막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남궁훈 신한리츠운용 대표이사. 2018.08.19. amin2@newsis.com
남궁 대표는 또 개인이나 기업가 입장에서도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기보다 리츠로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부동산 투자의 가장 큰 리스크가 공실이 발생하는 것인데 개인이나 기업들이 스스로 우수한 세입자를 찾는 데는 한계가 있고 번거롭다"며 "리츠는 운용사가 건물 관리를 해주는 것은 물론 세입자 물색, 계약 처리를 해 더 전문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리츠가 국민들의 주거 문화를 바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일반 서민들은 여전히 거주하는 집을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 살기 좋은 곳보다는 시세 차익을 낼 수 있는 곳을 구매하는 사례가 많다"며 "리츠가 대중화된다면 재테크는 리츠로 하고 가정에 최적화된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남궁 대표는 단순히 리츠 상장 개수를 늘리는 데 역점을 두기보다 제대로 된 리츠로 키워 투자자들의 리츠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인식을 바꾸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현  2000억원 규모의 신한알파리츠에 우수한 기초자산을 더 붙여 대형 리츠로 키워 투자자들에게 알찬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 글로벌 투자도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내 리츠 시장을 글로벌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남궁 대표는 "국민들의 노후에 보탬이 될 좋을 리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테니 정부도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민간과 정부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내달 리츠 활성화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정책안에는 비개발·위탁관리형 리츠에 대한 예비심사를 폐지해 상장 심사 기간을 줄이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또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의 리츠 투자도 허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퇴직연금은 부동산펀드 투자는 가능하지만 리츠 투자는 금지돼 있다. 또 리츠의 우선주 상장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그는 리츠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선 DB뿐 아니라 전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도 리츠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리츠도 부동산펀드와 같이 은행 판매를 허용하다고 축구했다. 리츠는 부동산펀드보다 안정성·투명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정기금리 연 1% 시대에 리츠는 은행 고객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리츠에 대한 세제 혜택도 필수적이라고 호소했다. 남궁 대표는 "리츠는 기존 세제혜택을 누리는 금융상품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리츠 투자 수익에 대한 분리과세 등 세제적 뒷받침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진 국내 리츠 시장을 하루빨리 키워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남궁훈 대표는?
홍대부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일반 기업 등을 거쳐 2001년 신한금융투자 전신인 굿모닝증권에 입사하며 금융투자업계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준법감사부장, 법무실장, 경영관리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강북영업본부장, 강남영업본부장, 자산관리추진본부장 등 재무, 인사, 영업, 자산관리 등을 두루 역임했다.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작년 8월 신한리츠운용사 설립추진단장을 맡았으며 같은 해 10월 신한리츠운용을 출범시키며 초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min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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