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청 커피전문점 단속현장 밀착 취재
첫날 시행착오 컸다 둘째날 이해 소비자 늘어
일회용컵 막무가내 요구-설거지 증가는 골치
소비자, 일률적용보다 '머그컵' 할인등 유도책 제안도
이날 오후 4시44분께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공무원들이 구청 인근 H커피전문점에 진입했다.
남성 3명과 여성 2명이 각자 다른 탁자에 앉아 있었다. 이들은 모두 유리나 플라스틱 재질로 된 다회용 찻잔이나 물잔에 음료를 담아 마시고 있었다.
단속반은 매장 안에 있는 다회용 용기의 수량을 확인했다. 2인1조로 구성된 단속반은 해당 매장이 좌석수의 1.5배 정도 다회용 용기를 비치했는지를 점검했다.
단속반이 매장 안으로 진입하자 때마침 소비자 3명이 음료를 주문하고 있었다.
단속반은 매장 안 좌석에 잠시 앉아 김미소 점장을 상대로 1회용 용기 사용금지 준수 여부를 캐물었다.
단속반은 "매장에서 음료를 드시는 분들에 한해서 1회용품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점장은 "머그잔으로 다 제공하고 있다. 고객님에게 매장 내에서 드시고 가시면 머그잔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한다"며 "고객님이 테이크아웃하는 경우에만 1회용 잔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반이 "매장 안에 다회용 컵을 몇개 정도 비치하냐"라고 묻자 김 점장은 "머그잔이 100개 정도 되고 좌석 수는 70여개"라고 답했다.
점검을 마친 김 점장은 기자들과 만나 "첫날에는 항의하는 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매장 내에서는 머그잔을 제공한다고 하면 가지고 가는 분이 아닐 경우 90% 이상은 머그잔으로 드신다"고 말했다.
김 점장은 "(중간에 나가야한다는)고객에게는 일단 머그잔으로 제공하고 나가실 때 변경해드린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유라 점장은 기자들과 만나 "고객들도 잘 지켜줘서 소모품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다"며 이 제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불편사항도 없진 않았다. 정부가 사전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점장은 "강경하게 플라스틱컵을 요구하는 분이 있다"며 "결국 플라스틱컵을 못 받은 분들이 불쾌해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부에서 홍보를 더 잘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회용 용기를 쓰게 되면서 설거지량이 늘어난 것도 매장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다. 박 점장은 "설거지량이 늘긴 했다"며 "주변이 오피스여서 점심에 엄청 바쁘다. 그 시간대에 설거지량이 거의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주문할 때 외부로 가져가겠다'고 말했다면 이후 그 소비자가 매장 안에 머물다가 단속에 걸려도 사업주 책임이 아니다'라고 환경부가 정리했지만 여전히 사업주들은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커피전문점을 자주 찾는 손님들은 향후 이 제도가 정착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봤다.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씨는 "앞으로 이것을 지키는 곳은 거의 없을 것 같다"며 "고객들이 플라스틱컵을 달라고 할 것인데 업주로서는 대응이 안 될 것이다. 사람들 인식 개선이 쉽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노모씨는 "사실 아이스커피는 플라스틱컵에 먹는 게 더 맛있다"며 "또 사람이 바쁘다보면 매장 안에서 먹다가 갑자기 나갈 수 있고, 머그컵을 받았는데 정작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씨는 "커피숍이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일수도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위를 피하는 쉼터 기능도 한다"며 "그러면 플라스틱컵은 밖으로 나가라는 것 아니냐. 더워죽겠는데 좀 먹고 나가면 안 되나"라고 말했다.
노씨는 그러면서 "오히려 머그컵을 사용했을 때 커피요금을 대폭적으로 할인해주거나 쿠폰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며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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