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난해 '고립무원' 수준 외교 입지 하락
한반도 정세 변화에 올해 변화있을 전망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안보협의체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대화상대 10개국 및 북한, 몽골, 파키스탄 등 기타 7개국이 모여 지역 안보 이슈를 논의한다. 그 가운데에는 사회주의권 국가도 일부 있어 북한에 우호적인 협의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핵무력 고도화를 본격화면서 ARF 참가국이 북한을 대하는 분위기는 최근 몇 년 동안 악화일로를 걸었다. 2015년까지만 해도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를 독려하는 수준이었던 ARF 의장성명은 이듬해인 2016년에 들어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려'가 처음으로 담겼다.
특히 매년 8월에 열리는 ARF를 한 달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두 차례나 시험 발사했던 지난해 북한은 미국이 ARF 참가국 자격 중단을 거론할 정도로 냉담한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그 연장선에서 지난해 의장성명에는 '엄중한 우려'가 표명됐고, 북핵 규탄 경고음은 한층 높아졌다.
북한은 더불어 지난해 중국, 러시아와 양자회담을 했지만 다른 회원국과의 양자회담은 불발돼 사실상 외교적 고립무원에 놓이기도 했다. 지난해 의장국인 필리핀이 아세안 국가를 대표해 북한과 양자회담을 가진 자리에서도 핵·미사일 도발 행위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북한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만큼 최악이었던 지난해보다는 나은 외교 성과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화 국면으로 한반도 정세가 바뀐 만큼 올해 ARF에서는 북한을 대하는 각국의 자세가 유연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다자회담인 ARF 본회의에 앞서 참가국은 자국 입장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별도의 양자회담을 추진하는데, 북한이 어떤 나라와 양자회담을 가질 것인지 주목된다. 올해 ARF를 계기로 북한은 5~6개 국가와 양자회담을 하기 위해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양자회담이 성사될 경우, 지난 2007년 이후 11년 만에 남북 외교수장은 ARF 무대에서 만나게 된다. 지난해 강경화 외교장관은 ARF 만찬을 대기하던 중에 리 외무상과 몇분 간 조우했지만 공식회담은 가지지 못했다. 현재 우리 측은 남북 양자회담을 추진하고 있으나 북측으로부터 호응이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그간 소강상태였던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 회복에 나설 수도 있다. 친중국 성향의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국가와 양자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 리 외무상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만남을 전격 추진해 관계정상화 논의를 시작할 수도 있다.
한편, 리 외무상은 오는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ARF에 참석하기 위해 2일 평양을 출발,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3일 이른 오전 싱가포르에 도착해 외교전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fin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