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양승태 행정처…'상고법원' 靑 뒤로 숨는 연막술까지

기사등록 2018/08/02 15:18:11

문건 "상고법원 포함해 업적 아이디어 제공"

"BH가 법무부 통해 수정안 내놓도록 유도"

"사법부는 불가피하게 수용하는 형식으로"

"법원은 가급적 전면에 나서지 않도록 함"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410개 행정처 문건 가운데 앞서 공개하지 않았던 196개(중복 32건 제외) 문건을 법원 내부와 언론에 공개한 가운데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 퇴임식'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식을 마치고 중앙홀을 나서고 있다. 벽에 걸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초상화가 김명수 대법원장을 바라보고 있다. 2018.08.01.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양승태 행정처'는 상고법원을 위한 청와대 대응 전략으로 단순히 설득을 통한 찬성을 얻어내려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추가 공개된 사법행정권 남용 문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고법원 도입을 마치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자신들은 무대 뒤로 빠져있으려는 듯한 뉘앙스가 발견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150405)BH로부터의 상고법원 입법 추진동력 확보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BH는 'Blue House', 즉 청와대를 의미하고 (150405)는 작성 날짜로 2015년 4월5일이다.

 행정처는 '집권 1년차 인사 난맥상, 집권 2년차 세월호 사고, 비선 실세 논란 등'이라고 현황을 분석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집권 4년차부터 레임덕(대통령 집권 말기 권력 약화 현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점 등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BH가 주도해 정권의 성과·업적으로 포장할 수 있는 사법제도 개선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상고법원안을 포함시켜 함께 추진함"이라고 개요를 잡았다. 상고법원 '끼워넣기' 전략인 셈이다.

 행정처는 "BH의 국가정책 지향점과 부합하는 주제. VIP(대통령을 의미)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4대 부문 구조개혁→공공, 노동, 금융, 교육"이라면서 ▲노동분쟁해결 프로세스의 혁신→노동분쟁 전문가참여제(참심제) 도입 ▲세계특허(IP)허브법원 추진 ▲경제사건 해결 전문성 강화→선진 국제중재기구 및 경제 전문법원 신설 ▲일반사건 심급구조의 개선을 논의 주제로 분류했다.

 상고법원은 '일반사건 심급구조의 개선'에 포함돼 있다.

 이어 '추진 전략'에서 "심급제도의 개선 방안 중 상고법원안 외에도 (가칭) 상고원 설치, 상고법관에 대한 VIP 임명권 강화 방안 등 대안 수용 가능하다고 설득"이라면서 "BH가 부담 없이 법무부를 통해 수정안을 내놓도록 유도→사법부가 이를 불가피하게 수용하는 형식으로 입법 성사시키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적었다.

 여기서 행정처는 '상고원 설치, 상고법관에 대한 VIP 임명권 강화 방안 등'을 굵은 글씨체로 해놨고, '사법부' '불가피하게 수용'을 ''수정안' '유도'와 함께 굵은 글씨체에 밑줄을 그어놨다.

 즉, 청와대가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으로 걱정이 많은 상황이라는 점을 이용해 성과로 평가될 수 있는 사법 관련 이슈를 제공하고, 이를 청와대가 전면에서 추진하도록 하는 외관을 설계해 상고법원까지 자연스럽게 성사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행정처의 이런 의중은 문건의 '추가 검토 사항'에서도 드러난다.

 행정처는 방안 추진과 함께 검토해야 될 문제 중 하나로 '법원의 경제 사안에 관한 지나친 개입·편향성 지적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행정처는 '[우려]'라면서 ▲법원이 경제 문제에 중립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한다는 입장을 주게 되면 향후 경제 관련 사건 처리 시에 지속적으로 부담으로 남게 될 수 있음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재판에 대한 공정성·독립성도 논쟁에 오르내릴 수 있을 것 ▲특히 진보 성향의 언론기관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강해질 것임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반론]'으로 "공식적·외형적으로는 BH 주도로 포장·강조하고 법원은 가급적 전면에 나서지 않도록 함"이라고 밝혔다.

 행정처는 유사한 내용으로 약 3개월 후 작성된 문건 '(150720)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 전략'에서 '최종 목표'를 기존의 '상고법원 법률안에 대한 BH의 찬성 또는 적어도 중립 입장 견인'에서 '상고법원 입법 성사를 위한 막강한 우군 확보 또는 긍정적 분수령 마련'이라고 상향 수정하기도 했다.

af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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