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장된 'G드래곤'…민갑룡, 청장 임기 완주할까

기사등록 2018/07/24 18:07:48

임기제 도입 이후 11번째 경찰청장

역대 경찰청장 임기 완주 3명 불과

과잉 진압, 비리 의혹 등으로 퇴진

비교적 근래 청장들 2년 임기 채워

지방청장 안 거쳐…완주 여부 주목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민갑룡 신임 경찰청장에게 지휘관 표장을 달아주고 있다. 2018.07.24.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민갑룡 경찰청 차장이 신임 경찰청장으로 취임했다. 임기제 도입 이후 세 번째로 2년 임기를 채우고 퇴임한 이철성 전 청장의 뒤를 이은 민 청장의 향후 완주 가능성도 주목 받는다.

 민 청장은 24일 제21대 경찰청장으로 취임했다. 임기제 도입 이후로는 11번째 청장이다.

 경찰청장 임기제는 지난 2003년 12월31일 "경찰청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고, 중임할 수 없다"라는 내용의 경찰법 제11조 5항이 신설되면서 도입됐다.

 경찰이 권력 구도나 정치 풍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이 잦다는 지적과 권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방안으로 청장을 교체하려 한다는 문제 제기 등이 도입 배경이다.

 일례로 1991년 경찰청 개청 이후 임기제가 도입된 2003년까지 임기 2년을 채운 경찰청장은 박일룡 전 청장과 이무영 전 청장 등 2명에 불과했다.

 최기문 청장이 임기 1년10개월으로 2년에 근접했지만, 다른 청장의 경우 재임 기간이 1년6개월 이하였으며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임한 청장도 4명에 달했다.

 하지만 2년의 임기제 경찰청장 도입 이후에도 만기를 채운 청장은 드문 편이었다.

 임기제 도입 이후 10명이 청장 자리를 거쳤는데, 완주한 것은 이택순·강신명·이철성 전 청장 3명에 그친다.

 먼저 최기문 전 청장의 경우 재임 중 임기제가 도입됐으나 1년10개월 만에 퇴임하면서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후임인 허준영 전 청장의 경우 2005년 11월 전용철씨가 사망한 농민 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에 휩싸여 퇴진 압력을 받았으며, 같은 해 12월 재임 1년 만에 퇴임했다.

 어청수 전 청장도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들여오는 것에 반발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또 종교 편향 문제로 불교계와의 마찰을 겪는 등 논란에 휩싸였으며, 용산 참사에 따른 경찰 수뇌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2009년 2월 재임 1년 만에 사퇴했다.

 강희락 전 청장은 2009년 3월 경찰청장에 부임했으나 2010년 8월 약 1년 5개월 만에 중도하차했다. 당시 사퇴 배경을 두고서는 2010년 불거진 양천경찰서 피의자 고문 사건, 잇따른 아동 성폭행 사건 등의 책임을 진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그가 이른바 '함바 비리'에 연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조현오 전 청장은 2010년 8월 임기를 시작했으나 '오원춘 사건'으로 알려진 경기 수원 여성 살인 사건에서의 미흡했던 초동 조치와 부실 대응, 사건 축소·은폐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책임을 지고 2012년 4월 물러났다.

 김기용 전 청장은 2012년 5월 청장직을 맡았으나 박근혜 정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2013년 3월 후임자인 이성한 전 청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이성한 전 청장의 경우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이뤄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부실수사 책임을 지고 임기 1년4개월 만인 2014년 8월 물러났다.

 반면 비교적 최근 청장들은 임기를 채우고 퇴임하는 모습이다.

 강신명 전 청장은 재임 기간 고 백남기씨 사망을 불러온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과잉진압, 부산 학교전담 경찰관의 여고생 성관계 파문 등이 있었지만 만기까지 자리를 유지했다.

 이철성 청장의 경우에도 재임 기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정권 교체기를 거쳤으나 자리를 보전하면서 임기를 완주했다.
【서울=뉴시스】 민갑룡 경찰청장. 2018.07.24. (사진=경찰청 제공) photo@newsis.com
민 청장은 경찰청 기획조정담당관, 치안정책연구소장, 기획조정관 등을 역임한 경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경찰 조직의 숙원 사업이자 현안인 검·경 수사권 조정을 주도해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경찰청 기획조정관 시절 부하 직원들은 민 청장을 'G드래곤' 혹은 'GD'라고 불렀다고 한다. 

 세간에서는 정부가 민 청장이 '민주적 통제'라는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있으며, 최근 경찰 개혁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정보다는 변화와 개혁'을 택했다는 취지다.

 다만 그의 완주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임기제의 주된 취지이지만, 개인적인 능력이나 비리 여하에 관계없이 영향을 미칠 변수가 언제 어떻게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찰 내부에서는 민 청장이 지방경찰청장 경험이 없다는 것을 약점으로 보는 '고질적' 견해가 있다. 이철성 청장까지 역대 스무명의 경찰청장 중 지방경찰청장을 거치지 않고 경찰 수장이 된 사례가 없었다는 점 등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민 청장이 기획 등 업무 추진에는 능할 수 있지만, 조직 관리에서 총괄 지휘관으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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