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국민투표 2년만에 브렉시트 방향 제시…EU와 협상 탄력 받을까

기사등록 2018/07/12 15:45:10
【런던=AP/뉴시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가 4일 하원의 주간 총리질의응답(PMQ) 시간에 맞은편 노동당 제레미 코빈 당수를 마주보고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 관련해 사방데서 공격 받는 안팍 곱사등이 처지다. 2018. 7. 4.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영국의 '브렉시트 백서’가 12일(현지시간) 발간된다.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한 지 2년여 만에 최초로 브렉시트의 방향에 대한 영국 정부의 공식입장이 나오는 셈이다.

 BBC 등에 따르면 브렉시트 백서는 유럽연합(EU)과의 미래관계 협상 테이블에 내놓을 일종의 제안이다. 브렉시트로 EU를 탈퇴한 이후 영국과 EU의 협력 방안 및 무역, 관세 시스템 등을 논의한다.

 당초 지난달 말 EU 정상회의에 앞서 발간 예정이었으나 내각 내부의 의견 불일치로 연기됐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6일 총리 별장인 체커스에서 12시간 동안 이어진 각료회의 끝에 브렉시트 백서에 최종 승인을 받았다.

 브렉시트 백서에는 농산물 등 EU와 거래하는 모든 상품에 대한 EU의 공통 규칙을 유지하고,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이후에도 지속적인 조화를 이루는 안 등이 담겼다. EU의 관세동맹과 단일시장 탈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로 분류되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영국 법원에 EU의 판례를 고려한 판결을 내리도록 하고, 영국과 EU 시민이 양측 영토를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도미니크 랍 신임 브렉시트부 장관은 "EU와의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것과 영국의 미래를 자유롭게 하는 것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룬 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하는 동시에 원칙적으로 실제적인 결과를 제공하는 비전"이라며 "재계의 요구사항도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와 영국은 브렉시트 백서를 바탕으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 대표와 영국 측 협상 대표단의 회담이 오는 16일로 계획돼 있다. EU는 지난 수개월 간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의 모호한 입장을 문제 삼으며 협상에 필요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바르니에 대표는 최근 "영국의 제안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며 "시간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브렉시트 협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가 내년 3월로 다가온 가운데 EU와 영국은 오는 10월까지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합의안은 유럽의회의 표결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브렉시트 백서에 대한 영국 보수당 내 반발로 순탄한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하드 브렉시트'파에 속하는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과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스티븐 베이커 브렉시트부 차관이 브렉시트 백서의 내용에 반발해 사임했다. 맨스필드 지역구 하원의원 벤 브래들리와 루이스 지역구 하원의원 마리아 콜필드 등 보수당 의원 2명이 당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보수당 내에서는 정부가 브렉시트 과정을 전부 통제하면서 담당 부처를 따돌렸다며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을 재고하지 않는 한 추가 사임 또는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심임 투표 실시까지 거론되고 있다. EU와의 협상 과정에서 추가적인 양보를 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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