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2014년 자사고 6곳 지정 취소
교육부, 시정명령에 불응하자 직권으로 취소
대법 "교육제도 변경 영향 커 조심스러워야"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2일 서울시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자율형 사립고 행정처분 직권 취소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에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자사고 지정취소를 한 것은 위법하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옛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자사고 지정취소 시 교육부 장관과의 사전 협의는 '사전 동의'를 의미하므로 이러한 동의 없이 한 서울시교육청의 지정취소는 이를 위반해 위법하다"며 "자사고의 지정·취소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국가의 교육정책과 해당 지역의 실정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교육청은 종전 평가결과에 대한 교육감 결재만 남은 상황에서 신임 교육감이 취임하자 평가기준을 수정하고 그에 따라 다시 평가를 시행했다"며 "수정된 평가기준에서 새로 추가된 항목으로 사실상 교육청의 재량평가가 자사고 지정취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새로운 교육제도는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쳐 신중하게 시행돼야 하고 이를 변경하는 것은 관련된 다수의 이해관계인들뿐만 아니라 국가의 교육시책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욱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사고들은 새 평가기준으로 변경될 것이라고 쉽게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공교육의 정상화와 자사고의 바람직한 운영이라는 공익은 그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에도 서울시교육청은 지정취소를 했고, 이로 인해 침해되는 자사고들의 사익이 공익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조희연 교육감이 2014년 7월 새로 취임한 뒤 서울시교육청은 그해 10월31일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 등 자사고 6곳에 대해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교육부는 이를 취소하라며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감의 권한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행사했다"며 불응했다. 당시 교육부 장관은 황우여 장관이었다.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이 전임 교육감 당시 이미 평가가 끝난 자사고를 재평가해 지정취소를 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자 행정절차법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한 것이라며 같은 해 11월 이를 직권으로 취소했다.
그러자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의 직권 취소를 취소해달라"며 그해 12월 대법원에 소송을 냈다. 지방자치법 169조2항에 따르면 명령이나 처분의 취소 또는 정지에 대해 이의가 있으면 취소 처분이나 정지 처분을 통보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한편 김상곤 현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시·도교육청의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정 및 취소 시 교육부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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