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제출한 410개 문건은 고작 0.1% 불과"
"문서 추출 직접 해야 증거 사용 가능" 설명
양승태·박병대 PC 디가우징 사실 등도 공개
26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에 확보 중이던 자료를 건넸다. 자체 조사 과정에서 검토된 410건에 대한 원본 파일 등 A4 3~4박스 분량이다. 다만 공무상 비밀 관련 문건이 다수 포함됐다는 이유 등으로 검찰이 강하게 요청한 하드디스크 원본은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자료라고 토로했다. 410건의 문서의 경우 대법원이 자체조사한 저장매체(HDD·SSD) 5개를 기준으로 했을 때 0.1%에 불과하고, '사법부 블랙리스트'의혹 이후 불거진 '재판 거래' 의혹과는 접점이 뚜렷하게 없다는 주장이다. 의혹 해소를 위해서는 추가 자료가 필수적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410건의 파일에 대해 대법원이 문건을 추출하는 과정을 담은 포렌식 자료를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법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5년 7월 파기 환송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재판이 사례로 동원됐다.
당시 국정원 직원 김모씨 메일 계정에서 발견된 '425지논'과 '시큐리티' 파일이 "작성한 기억이 없다"라는 김씨 주장에 따라 증거 능력이 인정받지 못했는데, 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검찰이 직접 파일을 추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하드디스크에서 추출된 문건의 경우 (작성자가)동의하지 않는 이상 전문 법칙이 인정 안 된다"라며 "이번의 경우 당사자가 동의했는지를 우리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디가우징(Degaussing·하드디스크 등 저장장치를 복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 된 사실을 전달했다고도 알렸다. 양 전 대법원장 컴퓨터의 경우 퇴임 이후인 지난해 10월 이 작업이 진행됐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함으로써 강제 수사 명분을 쌓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
다만 검찰이 즉각적으로 대법원을 상대로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제출한 자료 분석과 함께 자료 추가 확보 방안 등을 검토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여기에는 대법원이 전산장비 운영 관리 지침을 따른 정상적인 절차라고 해명하고 있는 점, 하드디스크 임의 제출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밝힌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이 지속적인 검찰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답하지 않을 때는 강제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검찰 관계자는 강제 수사를 생각하지 않고 있느냐는 질문에 "무엇을 배제하고 무엇을 한다고 말한 바 없다"라고 답했다.
kafk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