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인 30살의 나이에, 화려한 경력을 소유한 이청용은 최근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 엔트리(23명) 탈락이라는 시련과 마주했다. 조짐은 있었다.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1년 내내 10경기도 나서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이 크게 떨어졌다. 진가를 보여주겠다며 이를 악 물고 뛴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는 부상까지 당했다.
결국 이청용은 함께 땀을 흘렸던 동료들이 전지훈련지 출국을 준비하던 지난 2일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를 빠져나와 쓸쓸히 집으로 향했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23명의 선수들은 현재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훈련 중이다. 낙마한 이청용도, 러시아로 갈 생존자들도 서로를 잊지 않고 있었다.
예비명단에 뽑힌 선수들은 원활한 교류를 위해 단체 채팅방을 개설했다. 이탈자가 생길 때마다 채팅방의 인원 또한 줄어들었다. 5일에는 24명의 선수만이 남았다.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한 선수 중 가장 마지막까지 함께 한 이가 바로 이청용이다.
이재성은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의 스테인베르그 슈타디온에서 열린 훈련에 앞서 "청용이형이 단체 채팅방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선수들에겐 큰 힘이 됐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이청용이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면서 단체 채팅방에 있는 선수는 최종 엔트리와 같은 23명이 됐다. 형언하기 어려운 허탈함 속에서도 동료들을 위해 기운을 낸 이청용의 행보는 남은 선수들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재성은 "청용이형 뿐 아니라 함께 하지 못하게 된 선수들 몫까지 해야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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