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發 세계금융위기 오나…WP "신흥시장 불똥 가능성"

기사등록 2018/05/14 16:25:06

"자국 통화 방어 위해 금리 인상할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 AP/뉴시스】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300억 달러(약 32조원)의 구제 금융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르헨티나 발(發) 금융위기가 신흥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해 12월 연금개혁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2018.05.14.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300억 달러(약 32조원)의 구제 금융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르헨티나 발(發) 금융위기가 신흥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브라질과 멕시코,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에 많은 자본을 쏟아 부었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아르헨티나 금융위기를 계기로 얼어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J. 새뮤얼슨은 13일(현지시간)자 칼럼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가 과연 아르헨티나에만 국한된 문제냐 아니면 보다 광범위한 금융 파탄의 전조냐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사무엘슨은 만일 아르헨티나 경제위기로 인해 신흥시장으로의 자본 유입이 두드러질 정도로 둔화될 경우 세계경제에는 보다 폭넓은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칼럼의 요지.

 아르헨티나 정부는 최근 IMF에 3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유감스럽게도 아르헨티나 정부의 이런 대응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를 갚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달러를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목적이다. 이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핵심적인 질문은 과연 이런 모든 일들이 아르헨티나에만 국한된 문제냐 아니면 보다 광범위한 금융 파탄의 전조냐 하는 것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모니가 드볼 이코노미스트는 당장은 아르헨티나 문제로 보인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 2015년 12월 취임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재정적자를 물려받았다. 좌파 경제 정책 12년의 산물이었다.

 드볼은 마크리 대통령의 전임자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가 각종 보조금과 물가 통제, 저금리 정책 등으로 경제를 파탄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국제금융 시장에서 달러를 빌릴 수 없다. 지난 2001년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과 함께 채무자들과 지난한 법정 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경제 통계수치를 발표하는 일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드볼은 기껏해야 연간 인플레이션이 40%까지 치솟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마크리는 전임 좌파 정부의 정책을 많이 뒤집었다. 그는 국제 금융기관들과 채무 재조정 협상에 성공했다. 정부 재정적자를 줄이고 물가상승률도 낮췄다. 드볼은 “낙관주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일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일의 진행 속도가 느렸다. 아르헨티나 경제가 역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었다. 아르헨티나 재정적자는 여전히 국민총생산(GDP)의 5%에 달하고 있다.

 아무래도 아르헨티나 경제의 역진이 불가피한 상황에 도래한 듯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팔라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표방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아르헨티나 수출을 위협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는 오르고 있다. 달러화 표기 부채를 상환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아르헨티나의 경제 성장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불안한 투자자들이 페소화를 투매하는 상황에 까지 이른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다른 나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년 동안 국제 투자자들은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브라질과 멕시코,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에 많은 자본을 쏟아 부었다.

 민간 국제금융기관 연합체인 국제금융협회(IIF)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신흥시장 25개국으로 유입된 투자 자본은 1조2000억 달러(약1280조원)에 달했다.

 만일 신흥시장으로의 자본 유입이 두드러질 정도로 둔화되거나 혹은 아예 중단될 경우 세계경제에 보다 폭넓은 규모의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신흥시장의 국가들은 자국의 통화 방어를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이코노미스트인 데스몬드 라흐먼은 특히 우려스런 점으로 시장심리의 갑작스런 변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신흥시장의 열성 투자자였던 이들이 갑자기 위험을 기피하는 회의론자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sangjo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