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프랑켄슈타인·벤허, 중국 투자 유치···뮤지컬 원 아시아 마켓 발판?

기사등록 2018/05/03 14:11:01

중국 자본, 국내 공연 뮤지컬 투자 첫 사례

K-뮤지컬, 중화권 진출 신호탄

원아시아마켓, 형성 가능성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국산 대형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과 '벤허'가 중국으로부터 200만달러(약 21억원) 투자를 받았다. 중국 자본이 국내에서 진행하는 뮤지컬에 투자한 첫 사례라 업계 관심이 크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해 암묵적으로 횡행한 한한령(限韓令)이 완화하는 시점에 한국 뮤지컬의 중화권 진출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중국 자본 투자의 의미

인터파크 자회사이자 '벤허'를 제작한 뉴컨텐츠컴퍼니(New Contents Company·NCC)는 지난달 초 상하이에서 중국 투자사와 '프랑켄슈타인'과 '벤허'에 대한 투자 계약에 합의했다.

중국 투자사는 중국 국유자본과 민간자본이 결합된 문화 콘텐츠 전문 제작·투자 기업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 유치에 따라 투자금은 6월20일부터 8월26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하는 '프랑켄슈타인'과 2019년 공연하는 '벤허' 제작비로 각각 100만 달러(약 10억원)씩 투입된다.

지난해 '벤허'를 관람한 중국 투자사 관계자가 "경쟁력을 갖춘 뮤지컬"이라고 평하며 NCC가 제작한 뮤지컬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이번 투자 계약이 성사했다.

인터파크 이종규 공연사업본부장은 "이번 중국 측 투자는 중국 자본이 국내에서 진행되는 공연에 투자한 최초 사례"라며 "사드 이후 주춤했던 한중문화산업 교류를 다시 본격화 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뮤지컬 '벤허'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 콤비의 작품인 '프랑켄슈타인'과 '벤허'는 제작 당시부터 해외 진출을 겨냥했다. 소재가 세계적이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이 원작, '벤허'는 루 월러스가 1880년 발표한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공연 칼럼니스트인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프랑켄슈타인'과 '벤허'는 기획 단계부터 국내 시장 만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서 "투자를 받는데 이점이 있었다.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우리나라 공연을 투자한 것은 최초 사례다. 원금이 회수되고 수익이 발생하면 이런 식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공연평론가인 이유리 서울예대 예술경영전공 교수는 시장이 넓어 매력적이나 현실적으로는 진출이 쉽지 않은 중국을 뚫었다는 데 의미를 뒀다. 이 교수는 "중국 뮤지컬 시장의 출발은 자국 콘텐츠 육성이다. 자긍심도 강하고, 시장 자체 방어 본능이 강해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뚫기 어렵다. 합작이 방법"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 자본이 한국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에 들어오면서 업계가 여러 각도의 방식으로 중국과 적극적인 합작 형태를 고려할 수 있게 됐다"면서 "중국과 뮤지컬을 교류를 해나가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신호탄이자 출구를 만들어준 것"이라고 평했다.

◇K-뮤지컬, 중화권 진출 신호탄

뮤지컬 '벤허'
국내 최대 티켓 예매처인 인터파크에서 지난해 판매된 공연 티켓 판매금액은 4411억원. 인터파크의 시장 점유율을 70%로 감안할 때, 티켓 판매 기준 국내 공연시장 규모는 6000억원 이상으로 추정 가능하다. 공연시장의 대략 절반을 차지하는 뮤지컬 시장 규모는 3000억원으로 볼 수 있다.

2001년 설앤컴퍼니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으로 수십억원 수익을 기록하며 한국 뮤지컬 시장은 급속하게 산업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스타들의 몸값이 높아져 제작비는 늘어나는데 공연 침체기와 맞물려 전체적으로 주춤하는 단계다. 비좁은 내수시장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공연을 올려야 투자를 받으니, 공급 과잉은 필연적이었다.

몇 년 전부터 대안으로 떠오른 곳이 중국 시장이다. 2010년대 초반 공연계 큰손인 한 대기업이 현지 기관과 합작 회사를 세우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후 소규모 제작사, 개별 연출자 등이 중국 진출을 위해 힘썼으나 성숙하지 못한 시장, 높은 진입 장벽, 한한령 등 영향으로 수월하지 못 했다.

그 가운데 지난해 씨에이치수박의 '빨래'와 라이브의 '마이 버킷 리스트'가 중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하는 등 규모가 작은 국산 창작 뮤지컬은 꾸준히 소기의 성과를 내왔다.
 
이번 '프랑켄슈타인'과 '벤허' 한국 공연에 대한 중국 투자는 K-뮤지컬의 중국 대륙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마카오 투어 공연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 중국 공연
이 본부장은 "현재 중화권 투어 공연을 적극 검토 중이다"며 "대극장 창작 뮤지컬 처음으로 일본에 라이선스를 수출해 화제를 모았던 '프랑켄슈타인'과 높은 완성도로 국내외 공연계 관심을 받아온 '벤허'가 중화권에 진출하면 흥행할 것으로 본다. 더불어 한중 문화 교류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한국 공연 콘텐츠 수출과 공연 산업 전반에 걸쳐 합작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뮤지컬ㅈ업계에서 몇 년전부터 이슈로 부상한 '원아시아마켓'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과 몇 년전부터 한국 뮤지컬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진 일본을 비롯 중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권 전역을 하나의 뮤지컬 시장으로 보자는 것이다. 뮤지컬이 산업화 하기 위해서는 인구가 적어도 1억명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 '헤드윅' 한국 버전이 7월20~22일 대만 내셔널 타이중 시어터에서 공연한다. 이 역시 아시아권 시장을 대상으로 하나로 파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국내 공연과 마찬가지로 한국어 버전 공연, 원어 버전 공연을 선보인다.

'원아시아마켓'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이 교수는 "한국 뮤지컬 시장은 주목받는 신진 시장이고 중국 뮤지컬 시장은 막 시작하는 단계지만 성장 가능성이 엄청나다"면서 "동북아시아의 한중일이 일정하게 홍콩, 대만 등과 연계해 공동 체제를 구축하고 서양을 공략할 수 있는 연대 구조를 형성하면 미래에 새로운 뮤지컬 대안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유의해야 할 지점은 우선 아시아 시장 자체에서 공감할 수 있는 소재 개발이다. 지 교수는 "서양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아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적합한 소재는 아니다"면서 "아시아가 공유할 정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그간 소외된 아시아 창작진 간 협업을 통해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창작진이 협업하면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아시아 나라의 공통된 정서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뮤지컬 업계는 이번 '프랑켄슈타인'과 '벤허'의 중국 투자 유치 건이 한국 뮤지컬이 어려움을 타개하는 동시에 아시아 뮤지컬 시장의 중심이 될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 뮤지컬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출구를 찾아야 하는데 이번 투자 건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면서 "글로벌 진출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원아시아마켓을 만들어나가는데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고 봤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