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와세다대 교수 "남북, 북미회담 길잡이 역할…타결 가능성 높여"

기사등록 2018/04/29 07:00:00

"'완전한 비핵화'는 대북특사단 방북·북중정상회담 때보다 더 진전"

"남북정상 단독으로 30분 정도 이야기 인상깊어…상징적 조치됐다"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이종원 와세다대학교(早稲田大学) 한국학연구소 소장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성과는 북한으로부터 ‘완전한 비핵화’ 선언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국제정치학자인 이 교수는 29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북한은 '선대의 유훈', '체제 위협이 없으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등 조건을 달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수식 없이 ‘완전한 비핵화’라고 했다"며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이 대북 특사단 방북, 북중정상회담 때보다도 더 진전된 표현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선 “한국 정부가 말했듯이 남북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으로 이끌고 가기 위한 길잡이 역할인만큼 북한 핵 폐기의 구체적인 과정은 북미회담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평창에서 시작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첫번째 관문은 무사히 통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 후 미국 정부의 반응이 호의적이라는 점에서도 한국이 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정부도 말했듯이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과 세트인만큼 북미회담 결과와 그 이후의 과정을 보지 않으면 최종적인 평가를 할 수 없는 구조”라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북한 지도자가 군사경계선을 넘어 한국땅을 밟았다든지 나무심기 등 분단 극복을 위한 여러 가지 상징적인 행사와 실질적인 합의가 많아 출발은 좋았다고 할 수 있지만 결실이 없으면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도 반감되는 만큼 결국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주목할 수 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판문점선언’에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 개성 연락사무소 설치 등 한국 정부가 그 동안 언론을 통해 시사해왔던 회담의 틀과 의제, 핵심 개념들이 거의 포함됐다”며 “회담 시간이 별로 길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절충된 내용에 대부분 북한도 동의한 것으로 보여 한국 정부의 노력에 북한도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도 남북 두 정상이 단독으로 30분 정도 이야기한 것이 인상깊었다”며 “형식적인 회담보다는 개인적이고,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런 단독회담 등을 일정에 포함시켜 남북정상회담이 평화 프로세스의 스타트로서의 상징적인 조치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미정상회담 타결 가능성도 좀더 높아진 것이 아닌가”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했다.

 이 교수는 "핵실험 중단 선언 등 북한의 조치가 조심스럽고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이뤄지고 있고 또 이번에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을 쓰는 것을 보고 미국의 북한에 대한 평가도 조금 달라졌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단기간에 핵무기와 핵시설을 폐기하는 것을 최소한의 조건으로 내세울 것이고 북한이 아직 여기에 동의한 것은 아니어서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면서도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싶은 젊은 지도자로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경제에 중심을 두려면 핵폐기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을 했고 미국도 (그런 북한의 입장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등에서 확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향후 비핵화 일정에 대해선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권 기간 2년, 재선을 생각해도 4년 안에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명확한 약속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즉 기한을 설정해서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할 가능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렇게 되면 미국은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어 국교정상화, 평화협정, 미국을 포함을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및 경제지원 등이 북한의 핵포기와 맞바꿔지면서 빅딜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물론 북미간 불투명한 부분이 생기면 파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늘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북일관계와 관련해선 “일본 정부가 그 동안 미국의 정책 변화를 잘 인식하지 못해 당황해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스캔들이 연이어 터져 정치적으로 곤란스러운 상태가 되면서 일관되고 확실한 대북정책을 구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앞으로 북한에 대해 강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돼 긍정적인 결과가 예측되면 바로 움직이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정치적 기반이 강하다면 결단을 내려 평양이라도 갈 수 있지만 이런 서프라이즈적인 외교가 오히려 정치적 술수로 보일 수 있어 아베 총리가 대담한 외교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일본이 2014년 북한과 스톡홀름 합의 이후 북한에 허들을 높인 부분이 있어 대화를 하려면 스스로 조건을 낮추고 들어가야 하는데 국내 반발도 있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를 거론해달라고 하면서 평양선언을 언급한 것은 북일대화에 대한 강한 메세지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일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북한은 일본을 대화 순서에서 뒤로 넣으면서 더 압박하는 느낌이 들지만 미국에만 목을 메면 불안한 부분도 있어서, 또 경제적 협력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거부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며 북한도 북일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yun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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