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고터 등 대합실 TV 중계에 일제히 눈길
안종범 수첩 증거능력 인정에 박수도 터져나와
"생중계는 망신주기" 일부 시민 격앙된 반응도
이날 오후 2시께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3대의 텔레비전은 일제히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중계방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합실 의자가 가득 차자 일부 시민들은 바닥에 앉아 중계방송을 기다렸다. 걸어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다시피 하며 TV 주위를 에워쌌다.
10분 뒤 재판이 시작되자 각자 스마트폰을 응시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던 시민들이 TV화면으로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대합실 의자에 앉아있던 한 남성은 허리를 곧게 세우며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고, TV 앞에 자리잡은 20대 청년들은 한 손에 턱을 괴고 굳은 표정으로 중계방송을 지켜봤다.
시민들은 화면에 흘러나오는 자막을 통해 재판을 지켜보며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수첩의 증거 능력을 인정한다는 자막이 흐르자 일부 10대들로부터 박수가 나왔고, "직접 듣고 싶다"는 말도 30대 여성들로부터 터져나왔다.
기차를 기다리며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회사원 김형기(51)씨는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뽑힌 대통령이 등 뒤에서 국민들을 속인 큰 사건 아니냐. 마땅한 죗값을 받아야 한다"며 "재판에 직접 나오지 않는 것도 스스로한테 떳떳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임승준(18)군은 "생중계로 (방송)해 국민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며 "자기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게 책임감이 부족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대구에 거주하는 학생 김형진(20)씨는 "박 전 대통령이 국민한테 사기친 것과 다름 없다. 정당하게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손준희(21)씨도 "(선고 과정이) 민주적이었고 국민들 의견이 반영돼 잘 끌고 온 것 같다. 케이스 완성까지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서울 서초동 고속터미널에서도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가 흘러나오는 TV화면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재판부가 재판의 TV생중계 허용 타당성을 낭독하자 일부 시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수첩의 증거 능력을 인정한다는 자막이 흐르자 혀를 차는 시민도 있었다.
재판을 지켜보던 이재환(61)씨는 "뿌리는 대로 거두는 것이다. 보상이든 벌이든 재판을 통해 결과가 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씨는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나오지 않은 데 대해 "법 앞에 국민이 평등한데 말이 안 된다. 법으로 더 강하게 다뤄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50대 임씨는 "최순실보다 무조건 (형량이) 많이 나와야한다. 특히 세월호 기사를 보고 어이 없었다"며 "정말 상식 밖이고 수치스럽다"고 개탄했다.
대학생 유세현(24)씨는 "정말 중요한 사건에 대해 국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건 바람직하다"며 "검찰이 30년을 구형했는데 재판도 잘 나와 죗값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주 오송에 사는 교수 이병엽(62)씨도 "전직 대통령의 재판인 만큼 판결 내용이 모두에게 공개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언급했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마련된 TV 앞도 여행용 가방을 들고 귀국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한 여성은 스피커에 귀를 대며 집중했고, 스마트폰을 들고 뉴스를 실시간 검색하는 모습들이 쉽게 보였다.
반면 생중계가 '박 전 대통령 망신 주기'라며 비판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시민들도 보였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양천구 거주 양모(76)씨는 "현 정부와 법원이 짜고 망신을 주기 위해 생중계하는 것"이라며 "탄핵하고 재판하는데 생중계까지 하는 건 박 전 대통령 1명을 망신주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대구에 사는 김영화(67·여)씨는 이날 서초동에서 열리는 태극기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김씨는 "인민재판과 다름 없다"며 "최순실이란 여자의 잘못을 모두 박근혜 대통령에게 떠맡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선고 공판을 열고 있다.
재판부는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사상 처음으로 하급심 선고 중계를 허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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