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토지 측량사라 칭하는 K가 성의 관청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마을 공동체에 편입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이 초현실적으로 그려진다.
K는 낯선 도시, 낯선 사람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려 하지만 혼란스럽다. 까마득히 보이는 거대한 성에는 도달할 수 없고, 자신을 임명한 백작의 실체는 불분명하다. 토지 측량사인데 관련 일을 할 수가 없다.
몽환적이면서 그로테스크한 독특한 분위기인 데다가 미완성작이다. 이 소설이 국내에서 무대화된 사례가드문 이유다. 1978년 극단 작업이 길명일 연출로 선보인 적이 있고, 40년 만인 이번에 제대로 무대에 올랐다.
원작의 환각성은 인물들의 걷는 모양새를 비롯한 독특한 리듬감과 반복되는 음악 등으로 옮겨진다. 무엇보다 공연 시작과 끝을 관통하며 내내 쏟아지는 눈으로 형상화된다.
장편소설이라는 다른 장르의 언어를 무대 위에서 탐색하는 의지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4월15일까지 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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