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의원들이 평화당 회의에 가는 까닭

기사등록 2018/03/12 16:30:35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민주평화당 회의에 참석한 이상돈(오른쪽) 바른미래당 의원과 박주현(왼쪽에서 두 번째) 의원. 2018.01.26.since1999@newsis.com

  '비례' 이상돈·장정숙·박주현, 자진 출당시 의원직 상실
 대변인에 정책위원장까지…'골머리' 앓는 바른미래당
 평화당,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정치적 자유 필요"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최근 이상돈, 장정숙, 박주현 등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정치적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바른미래당 소속 임에도 민주평화당 회의에 참석하고 당직을 맡는 등 소속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라면서도 뾰족한 수가 없어 골머리만 앓고 있다.

   장정숙 의원은 12일 오전 평화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했다. 회의를 마친 뒤에는 기자들을 만나 이날 회의에서 있었던 내용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장 의원이 평화당의 대변인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장 의원뿐만 아니다. 이상돈 의원은 평화당 정책연구원장을 맡았고 박주현 의원도 평화당 회의와 각종 공식행사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세 의원들은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발을 들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이 추진되자 이들은 반대의사를 강하게 밝히며 통합추진 과정을 보이콧했다. 당시 통합 반대파인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에서의 활동을 했고, 평화당 창당추진위원회를 거쳐 창당준비위원회까지 정치적 활동을 이어왔다.

   의원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평화당이 추구하는 그것과 더 가까움에도 이들이 소속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바른미래당을 탈퇴하지 못하는 이유는 '비례대표'라는 직함 때문이다. 현행법상 비례대표 의원은 유권자가 당을 위해 행사한 표에 의해 선출됐다는 해석에 따라 자발적으로 탈당할 경우 의원직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다만 중앙당 차원의 제명 등 출당 조치가 있을 경우에는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들 세 의원의 상황을 반영해 평화당 소속 의원들은 비례대표들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 철학에 따라 당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거나 본인이 탈당했을 때에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대표 발의자인 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원칙적으로 비례대표 의원들의 정치적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는 합당이나 신당 창당이 상당히 자주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소속 정당의 무분별한 합당이나 야합이 있을 때 비례대표 의원들이 정치적 선택을 못하도록 하는 것은 민의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또 "대표 등 일부 정치인들이 비례대표를 볼모로 잡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구체적으로) 해산이나 제명됐을 때만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본인이 탈당했을 때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법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민주평화당 대변인을 맡은 장정숙(오른쪽) 바른미래당 의원. 2018.01.26.since1999@newsis.com

   여기에는 당초 국민의당에서 통합 추진 당시 찬성파와 반대파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자처하던 박주선 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참여했다.

  국민의당 시절에는 이러한 법안 발의에 서명을 했었으나 공동대표가 된 뒤로는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명해줄 수 없다고 입장을 바꾼 상황이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바른정당 시절에는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 출당 조치를 해줘야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의 사례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바른정당 창당행사에 참여한 바 있다. 정치적 소신을 따르면 바른정당으로 옮겨야 했지만 비례대표라는 신분으로 옮기지 못한 것이다. 유 대표는 김 의원 사례로 비례대표 출당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 같았으나 최근에는 다시 입장을 선회했다.

  바른미래당 소속인 장정숙 평화당 대변인은 "현재는 정치적 노선과 철학, 가치, 소신이 달라도 합당 시 무조건 합당되는 정당에 볼모처럼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바른미래당의 경우처럼 절대로 정치적 수용이 어려운 보수야합을 추진하는 경우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주선,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에게 거듭 요청한다. 더는 내로남불식 입장은 안 된다"며 "이미 공동대표는 합당, 분당 시 비례의원이 소속 정당을 선택토록 하는 법률개정안 공동발의에 참여한 바 있다. 두 대표가 정치적 해법을 제시해줄 것을 다시 한 번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국민의당 소속이었던 김철근 대변인은 전날 '의원직은 탐나고 자진탈당은 무섭고(호랑이 가죽은 탐나고 호랑이는 무섭고)'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상돈 의원이 평화당 정책연구원장을, 장정숙 의원이 공동 대변인을 맡은 것을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장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평화당 논평을 발표하는 헌정사에 전무한 후안무치한 행동을 했다"며 "정당법상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상 이중 당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따라 정치를 하려거든 당연히 탈당을 해서 민주평화당 소속으로 하는 것이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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