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입히면 밥맛 더 좋아져"…학교 비정규직도 미투

기사등록 2018/03/07 14:51:29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7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비정규직 성희롱·성폭력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공=전국교육공무직본부)
실태조사에 10명 중 2명 "성폭력 경험"
학교 내 성희롱 상담창구 없다시피 해
피해 당해도 두려움에 절반은 참고 넘겨
"성폭력 고충심의위 충분히 신설해달라"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팔과 어깨를 계속 만지기에 항의했더니 '아줌마라서 괜찮을 줄 알았다'고 변명해 더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교장선생님이 조리실무사들에게 조리복이 아닌 비키니를 입히면 밥맛이 더 좋아지겠다고 발언했어요."

 "성희롱 판정을 받은 장학사가 징계없이 교장 발령을 받았고 신고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부당해고와 부당전직을 당했습니다."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여성 근로자가 대다수인 학교 사회에서도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가 터져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비정규직 성희롱·성폭력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이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 504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1.2%가 성폭력을 당한 전력이 있다고 답했다. 학교에서 교원, 학생들, 비정규직 등에 대한 성폭력을 목격했다는 응답도 31.9%로 나타났다.

 피해 사실이 있어도 도움을 받을만한 상담 창구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학교 내에 성희롱 고충상담원이나 고충심의위원회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없다'는 대답이 41.7%, '들어본 적 없다'는 답이 35.7%였다.

 대처 수단이 마땅치 않다보니 피해를 당한 뒤 '불이익이나 주변 시선이 두려워 그냥 참고 넘어갔다'는 답변은 50.0%로 절반을 차지했다. '싫다는 의사를 밝히고 행동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32.5%였고 동료나 상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답은 10.0%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7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비정규직 성희롱·성폭력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공=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응답자도 27.6%나 됐다. '만족한다'는 답변은 16.9%에 그쳤고 '불만족스럽다' 12.9%, '보통이다'는 42.7%로 집계됐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학교 비정규직의 21%가 성폭력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학교 안에 상담창구가 없거나 비정규직에게 열려있지 않은 실정"이라며 "의무적으로 받아야 할 성희롱 예방교육도 비정규직은 비껴가서 27%는 예방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성폭력 가해자들이 아무 일도 없이 승승장구하는 현실을 보며 학교 비정규직은 절망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 좌절해 우리의 인권을 포기할 수 없기에 오늘 '미투'를 외치고자 모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피해여성이 권력관계 상위의 가해자들에게 사과를 요구하거나 가해자를 처벌받게 하려면 오히려 스스로 꿈을 포기하거나 생계수단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도 짚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정부의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대책'과 지침에 따라 교육청·학교에 고충심의위원회를 제대로, 충분히 신설하라"며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 입장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비정규직과 학생의 참여도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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