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세력이 발호하던 당시에는 국제연합군이 IS와 맞서는 단순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었으나 IS 궤멸 이후엔 시리아의 정파 및 국제 열강들이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복잡다기한 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국제사회는 지난해 시리아 내 IS 세력을 패퇴시키면서 환호작약했으나 시리아 내전은 IS와의 전쟁 이전보다 오히려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라는 공동의 목적 아래 가능했던 ‘적과의 동침’이 IS 세력의 궤멸 이후 순식간에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란히 IS 퇴치 전쟁을 벌이던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세력들은 다시 이전처럼 서로를 향해 총질을 하기 시작했다. 시리아 정부는 반군 주둔 지역에 화학무기까지 사용해 무차별 공격에 나섰다.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는 쿠르드족과 터키의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측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반군 측을 지원하는 미국 간 중동 패권을 둘러싼 각축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주도의 연합군은 7일 시리아 친정부군을 공습했다. 시리아 친정부군이 IS 격퇴 작전에 함께 했던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을 공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 측은 연합군을 공격한 시리아 친정부 민병대의 배후에 러시아나 이란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4일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던 자국 전투기가 반군에 의해 격추되자 즉각 보복 공격에 나섰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의 반군 장악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국제적십자위원회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시리아에서는 지난 12월 이후 30만 명 이상이 전쟁을 피해 자신의 집을 버리고 떠났다. 최근 이틀 동안 시리아 정부군의 공습으로 숨진 사람만 100명이 넘는다.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 장악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동안 터키는 국경 지역 쿠르드족 거주 지역 3곳에 대한 기습 공격을 시작했다. 터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지난1월 20일 아프린에서 일명 '올리브 가지 작전'을 실시한지 약 보름만에 쿠르드 반군과 IS 조직원 최소 999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IS를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쿠르드 반군 제거를 위한 작전으로 간주되고 있다.
반군을 지원하는 미국과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러시아 간 갈등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미군 주도 연합군은 7일 시리아 동부 쿠샴에서 친정부군을 공습했다. 이로 인해 친정부군 병력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시리아 친정부군을 지원해온 러시아는 “침략 행위”라고 비난했다. 시리아 국영 언론은 미군의 공습에 대해 미군이 주장하는 공격의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며 "테러리즘을 지지하기 위한 시도"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연합군 관계자는 “시리아 친정부군이 2014∼2017년 IS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쿠샴 지역의 유전을 빼앗으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SDF는 지난해 9월 해당 지역을 IS로부터 탈환했다.
SDF를 공격한 친정부 세력의 정체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미국은 이들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세력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앞서 6일 시리아 정부군은 수도 다마스쿠스 동부의 반군 지역 동(東)구타와 이들리브 등에 무차별적 공격을 퍼부었다. 시리아 반군이 지난 4일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고 조종사를 살해한 데 따른 보복적 조치라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은 시리아에 약 2000여명의 병력을 파병한 상태다. 이들은 시리아에서 IS 격퇴에 함께한 쿠르드·아랍연합인 SDF 소속 대원 약 5만여명과 협력하고 있다.
터키와 쿠르드의 분쟁도 격화되고 있다. 터키군은 최근 아프린을 넘어 시리아 북동부 만비즈에까지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만비즈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은 ‘올리브가지’ 작전이 시작된 이후 지속해서 터키에 ‘자제할 것’을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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