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약화 최소화 위해 北 선수들 한 라인에 배치할 듯
【서울=뉴시스】 박지혁 기자 =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 (1월16일 세라 머레이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
세라 머레이(30·캐나다) 감독의 마지막 바람도 무시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남과 북의 올림픽위원회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까지 4자 간 회의를 열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과 출전을 확정했다.
기존의 한국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을 추가해 35명 엔트리를 구성하기로 했다. 23명으로 대회를 치를 참가국들의 양해가 있었다.
경기당 출전 가능 엔트리는 22명로 동일하다. 대회가 임박한 시점에서 사전 협의없이 단일팀이 추진되면서 대표팀 안팎으로 논란이 상당했다.
특히 머레이 감독은 16일 귀국하는 자리에서 "충격적"이라며 "단일팀이 구성되더라도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을 받지 않길 바란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정치적 타산 앞에 감독의 의사는 다시 한 번 철저히 무시당했다. IOC가 발표한 '올림픽 한반도 선언(Olympic Korean Peninsula Declaration)'에 따르면, 경기당 반드시 북한 선수 3명 이상이 포함돼야 한다.
전략과 전술, 개인 기량과 상관없이 북한 선수 3명이 무조건 출전하는 방식이다. 한국 선수 3명은 빙판에 서지 못한다. 남북단일팀의 의의를 살린다는 이유로 스포츠에서 금기시하는 '허수아비 사령탑'을 만든 셈이다.
머레이 감독은 2014년 9월 백지선(51)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의 추천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캐나다 대표팀과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로스앤젤레스 킹스 등에서 10여년 동안 감독으로 활약한 명지도자 앤디 머레이(67)의 딸이다.
사상 첫 올림픽 참가라는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부푼 꿈과 기대는 결국 '대의'에 의해 짓밟히고 말았다.
이제 되돌릴 수는 없다. 의지와 무관하게 남북 선수들은 한반도기를 달고 올림픽에 나서야야 한다.
단일팀은 다음달 4일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르고 10일 스위스와 올림픽 조별리그 첫 경기를 벌인다.
아이스하키가 조직력이 생명인 팀 스포츠라는 점을 감안하면 훈련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1일 "북측 선수들이 2월1일 이전에 내려와 훈련에 합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렸다. 훈련은 보안과 컨디션 유지를 위해 한국 선수단의 훈련장인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선수들은 가장 취약한 4라인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스하키는 총 6명이 한 팀을 이룬다. 골리(골키퍼)를 제외한 3명의 공격수와 2명의 수비수까지 한 조를 이루고 이를 라인이라고 한다.
북한 선수 3명을 모두 한 라인에 넣는 게 북한 선수들의 출전 기회는 살리면서 조직력 피해는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단일팀의 세부 내용은 북한 선수들이 합류한 후 기량을 점검하고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머레이 감독은 국내외의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
fgl7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