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라디오는 이런 엄마들을 위한 콘텐츠 스타트업이다. '독박육아'를 하게 된 초보 엄마들, 출산과 동시에 세상과 단절된 '경단녀'들이 팟캐스트, 유튜브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만들었다. 자녀 교육부터 살림, 자기계발, 재테크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음성·영상 콘텐츠들로 엄마들의 소외감과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게 이 스타트업의 목표다.
엄마들은 이 플랫폼의 청취자이자 진행자다. 지난달 29일 일산의 맘스라디오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은(40·여) 대표는 “콘텐츠가 있는 엄마들이 있다”면서 “‘예지맘의 괜찮아’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오민주 씨는 1년 반 정도 진행하면서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아이를 가진 오민주 씨는 이 방송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그램명과 같은 이름의 책도 냈다.
그 외에도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인기 강사 박재연 씨가 진행하는 ‘박재연의 공감톡’, ‘워킹맘 톡쇼’, ‘응답하라 대한민국 워킹 맘’ 등이 인기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바탕으로 맘스라디오는 최근 서서히 수익을 올리고 있다. 김 대표는 “수익 구조가 1년, 2년 지날 때까지도 불분명 했다”면서 “이제서야 사실 수익이 좀 생기는 편이고, 올해 하반기부터 누적 매출이 2억원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맘스라디오는 2015년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주 수입원은 제작비다. 홍보를 원하는 중소기업, 금융관련 기업, 정책연구소 등으로부터 의뢰를 받으면 관련 자막, 패널 등을 프로그램에 넣어 방송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종종 개인이 방송을 만들어 달라며 찾아오기도 한다.
김 대표는 “지갑을 쥐고 있는 건 30~40대 엄마들이라 기업들이 관심을 많이 보인다”면서 “낮은 단가지만 퀄리티 있게 만들어 주니까 소문이 났다”고 전했다.
이런 수익 기반 구축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창업진흥원의 힘이 컸다. 맘스라디오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아이디어융합팩토리’에 선정돼 3개월 간의 멘토링 등 지원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우수상도 받았다. 이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창업발전소’라는 지원 사업에도 선정돼 4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창업진흥원 지원사업을 통해서는 1억2000만원의 도움을 받았다.
김 대표는 “팟캐스트 콘텐츠만 700개 정도 만들고 나니 월세도 없고 돈이 없었다”면서 “저출산 문제 해소 같은 국가적 방향과도 맞는 것 같아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4년 간의 방송작가 경력이 있는 김 대표는 엄마들만을 위한 라디오가 없다는 생각에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아이들 키우면서 클래식 라디오를 많이 들었는데, 이런 거 말고 애를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게 없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강아지 하나를 키워도 공을 많이 들이는데, 한 생명 키우는 데 모르는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들 얘기가 계속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을 꾸려나가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단연 ‘재정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니고, 투자자들도 만나봤지만 정말 냉정하더라”면서 “의미는 좋지만 수익이 많이 되냐 이런 식이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콘텐츠 과잉 시대 속에서도 사업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그는 “내년에는 더 잘될 것 같다. 실제로 관심 있어 하고 장기적 협력을 제안하는 큰 기업이 있다”면서 “적은 예산이지만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좋게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맘스라디오의 장기적 목표는 ‘상장’이다. 김 대표는 “결론적으로 기업은 재정”이라면서 “양질의 콘텐츠를 계속 공급하려면 공개(기업공개)돼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경력이 단절된 엄마들을 위한 플랫폼 구축을 계획 중이다. 경력 단절 여성들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하는 이른바 ‘업글맘 프로젝트’다.
김 대표는 “일주일에 한번 씩 모여서 네트워크도 구성하고 좋은 책도 돌려 읽을 계획”이라면서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아파트에서 다들 문을 닫아놓고 키우면서 모바일로 어딘가에 연결되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다보면 애가 너무 귀찮고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하는 얘기가 엄마들(경력단절 여성들)이 너무 느리다고 말하는데, 또 감을 잡으면 그렇게 일을 잘한다고들 한다”면서 “좋은 강사들 모시고 공부도 좀 하고, 업그레이드 될 수 있도록 엄마들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사명감’을 강조했다.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하고, 그러려면 사람들을 많이 설득해야 하는데 중요한 건 사명감이다”라면서 “돈이 안 돼도 의미가 있으니까, 내가 먼저 필요하다는 마음이 가득차야 다른 사람들도 설득 당하고 지원군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돈이 될 거니까 시작했으면 솔직히 왜 시작했겠나. 이건 정말 필요하다고 내 자신이 느끼니까 마냥 즐겁고 재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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