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차량으로는 턱도 없습니다. 5t 이상 무게를 감당할 차량을 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차량도 안전한 게 아닙니다."(대형 공사현장 관계자)
10일 오후 경기 용인 물류센터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 현장에서 8㎞ 정도 떨어진 병원 신축 공사장. 휴일인 데다가 궂은 날씨 탓으로 현장 한가운데에 높이 30m 정도로 설치된 타워크레인은 멈춰 있었다.
당장 다음 날부터 타워크레인 작업을 해야 하는 이 현장 관계자는 전날 물류센터 공사장에서 발생한 사고 소식에 이만저만 마음이 무거운 게 아니었다.
현장 관계자 A씨는 "공사가 마무리 단계여서 한 달 뒤 타워크레인을 해체할 예정"이라면서 "아직 좀 더 써야 하는데 코앞에서 큰 사고가 나니 대안도 없고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전체 1570㎡에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의 병원 건물을 짓는 이곳은 비교적 중소규모 현장이어서 타워크레인 대신 크레인 차량을 쓸 수도 있지만, 이 관계자는 손사래를 쳤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과 작업 공간.
이 현장에서 쓰는 35m짜리 타워크레인의 사용료는 설치와 철거비를 제외하고 한 달 임대료가 1000만 원 정도인데, 크레인차량은 이 정도 공사 규모면 하루에 100만~150만 원짜리를 빌려야 한다. 1년 정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비용 차이는 두 세배나 된다.
또 크레인차량은 정차·고정할 공간이 필요한데, 이 현장은 왕복 8차로로 둘러싸인 탓에 현장 밖 도로 4차로까지 침범해 차량을 고정해야 한다. 이를 해당 관청이 용인할지도 의문이지만, 교통 체증 등 온갖 민원에도 시달려야 한다.
타워크레인 다섯 대가 설치된 또 다른 현장. 전체 1600세대를 수용하는 아파트 11개 동을 짓는 이곳도 타워크레인이 멈춰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관리자들은 인근의 큰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발생하지 않게 휴일에 나와 크레인을 점검하고 크레인 기사 관리·감독 방안을 재정비했다.
공사과장 B씨는 전날 사고가 난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B씨는 "앞으로 1년은 더 (타워크레인을) 써야 하는데, 어떤 사고인지 알아야 우리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고 현장에 가봤다"며 "우리가 설치한 타워크레인은 반경 70m 넘게 커버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안전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교적 대규모 현장인 이곳에선 타워크레인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했다. 크레인차량으로는 현재 타워크레인이 처리하는 5t~7t짜리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사고 현장을 둘러본 공사과장 B씨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볼트 미조임'에 주목하고, 기사와 작업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할 예정이다.
절대로 움직이지 말아야 할 팔 부분이 볼트 불량이나 제대로 조이지 않은 탓에 풀리면서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고 원인을 놓고 다른 견해도 있다.
용인의 한 25층짜리 오피스텔 건물 공사현장에 타워크레인을 빌려주는 C업체 관계자는 "크레인 노후화가 문제이고 이를 제재할 규정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안전사고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가 연식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일본이나 독일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연식 제한이 없는 대신, 10~20년 정도 되면 리폼 해 새 제품처럼 사용하게끔 규제한다"며 "우리나라는 리폼이나 정비할 규제 자체가 없다. 공사 전에 이를 점검하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타워크레인 임대업체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노조가 워낙 강성이어서 정비는 고사하고 그들 인건비 챙겨주기가 바쁜 측면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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