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한미FTA 폐기' 충격파···촉각 곤두세우는 재계

기사등록 2017/09/04 09:14:12 최종수정 2017/09/04 09:25:05
President Donald Trump gestures while speaking about tax reform, Wednesday, Aug. 30, 2017, at the Loren Cook Company in Springfield, Mo. (AP Photo/Jeff Roberson)

완성차·철강·기계·섬유·ICT 등 업종 큰 피해 볼 것
반도체·디스플레이는 상대적으로 피해 영향 제한적
"한미FTA 폐기 가능성 낮지만…노이즈 주시 필요"

【서울=뉴시스】이연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재계는 향후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위기설을 넘어 실제 위기에 집입한 국면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반도 위기까지 이어지며 하반기 경영환경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르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WP)지가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철수를 준비하라고 보좌관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위기로 한국과 미국 간에 동맹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FTA문제로 서로간 갈등을 빚는 사태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한미FTA가 폐기 및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자동차·부품업계다. 중국 사드 보복과 노조 파업 등 악재가 가중된 상황에서 미국 수출길마저 막히면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철강, 기계 석유화학, 섬유, 정보통신기술(ICT), 가전 등 모두  7개 업종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 업종 대부분은 대미 수출을 통한 무역 흑자가 컸던 상황인데, 한미FTA 폐기 및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그동안 누려왔던 무역 이득을 고스란히 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피해액을 170억달러(한화 약 19조4000억원 가량)로 추산했다.

 한경연은 자동차와 철강, 기계 부문의 대미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 예측했고, 그 중에서도 자동차 업종이 101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올해 초 한미FTA가 폐기될 경우 대미 수출 손실액이 향후 4년 동안 13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반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일부 IT업종은 피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양허정지에 따른 수출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전체 수출에서 대미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FTA 폐기 논의 지시는 우리측을 현재 진행중인 FTA 수정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압박용 포석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정협상 과정에서 한미FTA의 경제적 영향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우리측 제안에 대해 미국이 답을 주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이 강력한 협상 유인책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미FTA 폐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돌발 발언의 발단은 지난달 열린 한미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미국의 의도대로 개정협상에 착수하지 못한 점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의도도 더해져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FTA 조약은 일방적인 종료 통보와 함께 일정한 기간(180일)의 경과로 종료되는 등 간단한 절차를 통해 협정 종료가 가능하다.

 다만 한미FTA 협정이 표면적으로 경제와 무역에 관한 협정이지만 정치, 군사, 외교·안보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폐기 이슈는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박 연구원은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한미FTA 폐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이번 트럼프의 돌발 발언처럼 한미FTA 협상과 관련한 돌발 노이즈가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주시해야 할 변수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lyc@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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